▲동궁과 월지(옛 안압지)의 밤 풍경이 아름답다.
경주시 제공
각종 고문헌에 등장하는 '안압지'라는 명칭
<신라 천년의 공예와 건축>에 의하면 안압지라는 이름이 문헌에 처음 나타나는 건 조선 성종(1469~1494) 때다. 그즈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다.
"안압지는 천주사 북쪽에 있으며, 문무왕이 궁 안에 못을 만들고 돌을 쌓아 산을 만들어 무산십이봉을 상징하여 화초를 심고 짐승을 길렀으며, 서쪽에 임해전이 있었다. 그 주춧돌과 섬돌이 밭이랑 사이에 남아있다."
영화를 누리던 신라 시절을 지나 800년 후 조선시대에 다시 본 안압지의 흔적은 농민이 경작하던 밭의 주춧돌과 섬돌 정도로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막막하고 쓸쓸한 풍경인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잔해(殘骸)'라는 허무한 문학적 수사가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 <동경잡기(東京雜記)>는 <동국여지승람>과 유사한 내용을 싣고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애장왕 5년 갑신년에 중수한 바 있다"고 첨가하고 있다. 그로부터 300년 이상의 세월이 더 흐른 뒤인 1783년 간행된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에도 안압지라는 명칭이 등장한다. 이런 문장이다.
"궁내에 연못을 파고 돌을 쌓아 중국의 무산 십이봉의 형상을 한 산을 만들어 꽃을 심고 진기한 새를 길렀다. 그 서쪽에 임해전이 있었으며, 지금 그 연못을 안압지라고 부른다."
안압지 조영의 사상적 배경과 준공 시기는
지금 이 시간 세상에 존재하는 누구도 안압지가 만들어지던 당시를 살아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안압지가 조성된 정확한 이유와 이를 지시한 문무왕의 마음 속 뜻을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그렇다면 안압지가 만들어진 사상적 배경은 뭘까? 이 역시 앞서 말한 이유로 인해 학설이 분분하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의 건설 이유가 "신을 대신해 백성을 통치하는 왕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절대 권력자 어머니의 내세 삶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등으로 학자마다 견해가 갈리는 것처럼. 안압지 조영의 사상적 배경이 어떤 것이었느냐에 관해서도 <신라의 건축과 공예>는 언급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다.
"…그간 다양한 학설이 주장되었다. 중국의 무산 십이봉설에서부터 시작하여, 통일 왕권을 과시하는 기념사업과 문무왕 자신을 위한 환경 조성 사업설, 신선 사상과 불교의 정토사상설, 산신(山神) 신앙과 용왕 신앙, 그리고 천신(天神) 신앙설, 또 불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는 주장과 아미타불신앙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까지 많은 주장이 있다."
위의 서술에서 안압지 건설에 영향을 미친 사상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면 안압지의 준공 시점과 건립 시기는 1978년 문화공보부에 의해 간행된 '안압지에 대한 발굴조사보고서'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해당 부분을 요약하면 <삼국사기>의 기사는 안압지 공사가 준공된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보고서는 이렇게 이어진다. 축약해 옮긴다.
"674년 2월에는 안압지가 완성돼 이미 온갖 화초가 심어지고 진귀한 새와 짐승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안압지 공사를 완성하려면 1년의 공사 기간으로는 조성하기 힘들며, 꽃나무를 심어서 그것이 착근되고 새와 길짐승이 살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동궁의 창건 또한 문무왕 19년(679년) 8월 이후의 일로 기록돼 있다. 동궁 역시 상당한 공사 기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안압지의 조성은 674년 이전에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1300여 년 전 만들어진 안압지는 이처럼 번성과 쇠락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21세기 현재는 발굴과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안압지가 사고할 수 있는 인격체였다면 자신의 오늘을 어떻게 판단하고 말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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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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