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일인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합포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이 성적표를 받은 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굳이 모든 영역의 지표를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사교육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진 수학가 영역의 경우만 보면 된다. 상위권으로 뭉뚱그려지는 1, 2등급 합산 비율이 서울은 17.2%인데, 전남은 4.2%다. 또, 경기도가 11.1%인데, 또 다른 상위권인 대구는 8.5%다.
곧, 같은 상위권이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비수도권 사이의 차이보다 크다는 걸 말해준다. 특히, 서울은 웬만한 지역의 두세 곳을 합해도 모자랄 만큼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의 위세를 빼놓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대개 중위권으로 불리는 3~4등급 비율에서도 상위권의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고3 교사들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6등급 이하는 그 비율을 따지는 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험 당일 '운 좋으면 6등급, 운 나쁘면 8등급'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차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게 어디 수능 성적만의 문제일까마는,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을 새삼 상기시켜주는 통계다. 서울과 지방의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능의 차이가 있을 리 없으니 교육 여건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런 중요한 사실은 나 몰라라 한 채 애먼 광주와 전남 지역만 발췌해 '실력 저조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짐짓 갈등을 부추기는 뉘앙스를 풍기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통상 학력이 비교되는 지역'이라며 대구와 대전 등 광역시들과 비교하는 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에 눈 감는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다. '객관적' 자료를 '주관적'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례다. 하지만 기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중반 이후에 두드러진다.
기사는 장휘국 광주 교육감과 장석웅 전남 교육감을 '원흉'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학력 저하 지적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객관적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명토 박았다. 기사는 갈수록 짙어지는 지역간 학력 격차라는, 정작 중요한 내용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내용을 부풀린 외눈박이 해석을 '객관적 지표'로 포장하고 있다.
이쯤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익명의 시교육청 핵심 관계자, 곧 '교핵관'이 등장한다. 기사는 그가 "광주의 실력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등장한 또 다른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두 교육감은 실력 저조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올해 있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간 학력 대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지막 문장이야말로 이 기사를 쓴 이유라 생각하는 건 너무 과도한 걸까? 기사의 흐름이나 인터뷰이들의 멘트 등을 종합하면 올해 6월 치러질 교육감 선거에서 특정 성향의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하는 듯한 느낌인데, 과연 이는 나만의 생각일까?
수능 성적 분석 결과 언론 배포를 반대하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