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략센터 진보포럼 송대한 진행자와 칠레의 언론인이자 활동가, 칠레 공산당 당원 타로아 수니가 실바의 대담
국제전략센터
질문: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학생들이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가브리엘 보리치는 학생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그후 2013년, 그는 칠레의 하원 의원으로 무소속으로 선출됐다. 2021년 그는 좌파 정당과 운동의 광범위한 연합의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보리치의 공약은 무엇인가? 칠레 민중은 왜 보리치에게 투표했다고 생각하는가?
타로아 수니가 실바: 보리치의 당선이 역사적인 승리이지만 선거 승리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1973년부터 90년대까지 지속된 독재 시대를 끝내기 위한 투쟁에서 시작된 기나긴 과정의 승리다. 독재 시대가 막 끝났을 때 두 가지가 분명해졌다.
첫째로, 1980년대 독재 기간 만들어진 헌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둘째로 독재 시대 신자유주의 정책에 동의하는 새로운 자유주의 세력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990년대 이러한 독재시대의 유산인 헌법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 투쟁했다. 2006년과 2011년 학생이 투쟁의 주축이 됐고, 페미니스트, 노동자, 인권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투쟁에 함께했다. 보리치는 이러한 운동의 역사를 이어온 세대에 속한다.
보리치와 같은 세대는 2006년에는 고등학생이었고, 2011년에 대학생으로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독재정권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니기 때문에 정의나 독재 시대의 기억으로 시위를 했던 것은 아니라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또한 이 청년 세대가 투쟁에 앞장선 것은 맞지만, 홀로 투쟁한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가 투쟁에 동참했다.
이 투쟁의 가장 큰 정치적 승리는 제헌의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보리치의 승리는 정책을 바꾸는 것을 뛰어넘어 헌법 개정 과정을 지켜냈다는 의미가 더 크다. 독재시대의 헌법으로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이 과정은 어떤 정부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리치의 승리는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과정을 지키겠다는 칠레 민중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정책을 대표하는 젊은 대통령의 당선을 원했던 새로운 세대가 보리치에게 표를 던졌다. 그리고 독재 정권 시절에 대한 환상을 가진 파시스트인 카스트 후보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칠레의 많은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동성애를 혐오하며, 피노체트와 같은 사람이 집권하는 것을 또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뜻이다.
대선 결과를 분석해보면 보리치의 승리에 여성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리치의 선거 공약에는 젠더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 요약해보면 보리치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보리치가 새로운 정치를 대표한다고 생각했고, 거리에서 시위를 했던 사람들의 요구를 정책에 포함시켰으며, 피노체트와 같은 사람이 아닌 새로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질문: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는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발상지라면, 지금은 무덤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바꿔야 할 구체적인 것들은 무엇이있는가?
타로아 수니가 실바: 진정한 변화는 대통령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제헌의회에 있다. 신자유주의가 헌법에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리치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공적연금과 사회보장 체제나 자연 자원의 수입을 국유화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어야 새로운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이다.
질문: 칠레의 정치 지형은 어떠하며, 보리치는 어디에 속하는가? 좌파, 특히 공산당은 오늘날 보리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보리치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공상당이나 좌파 운동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타로아 수니가 실바: 보리치는 공산당과 좌파정당들의 연합인 '존엄성을 지지하다' 소속이다. 개인적으로 보리치는 중도좌파이며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칠레의 우파는 보리치가 급진주의자라고 언론에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보리치는 사회 복지 체제를 만들고 불평등을 줄이고자 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하지만 좌파연합을 구성해 보리치의 대선 운동을 함께할 때 합의한 사항 있으며, 그는 대통령으로서 이 합의를 지켜야 한다. 정책을 세울 때 연합내의 공산당과 좌파 정당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좌파 정당들이나 사회 운동 세력이 보리치 정부의 정책을 좀 더 급진적으로 견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 칠레 국민의 56%가 보리치를 지지했지만 44%는 극우파를 대표하는 카스트 후보에게 투표했다. 44%는 어떤 사람들인가? 이러한 투표 결과를 기반으로 칠레에서 피노체트 시대의 유산이 어떻게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타로아 수니가 실바: 먼저, 독재 정권의 지속을 선택한 칠레 국민의 44%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독재정권 직후에 있었던 칠레의 민주화 시기에 사라지지 않는 우파들이 있으며, 그들이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노체트 지지자들에 대한 처벌이나 공개적 규탄이 없었고, 학교와 공개 담론, 언론을 통해서 이들을 규탄해 역사를 바로잡아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러한 유산을 지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고 한발 더 나아가 이들에게 표를 준다.
또한 여기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두려움은 독재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며 이는 투표 결과에 반영된다. 카스트 후보에 반대하기 위해 보리치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리치에 반대하기 위해 카스트에 투표한 사람들이 있다. 이는 보리치가 공산주의를 대표한다는 대대적인 선전 때문이며 이러한 선전이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카스트에게 투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질문: 2019년 10월 시위의 여파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지역 민중의회가 부활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기성 정당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지역의 민중의회가 어떤 것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지역 민중의회가 대통령선거, 사회 운동, 그리고 제헌의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타로아 수니가 실바: 지역 민중의회는 지역 주민들이 현안을 토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한 것이며, 헌법과 관련을 토론하기 위해 가장 많이 모였다. 하지만 이는 꼭 기성 정당에 대한 피로도가 높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정당의 활동가들이 지역의 민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하여 기성 정당 밖에서 주민들이 조직하려는 것보다는 지역 내에서, 동등하게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을 조직하려 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변화는 일상을 다르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질문: 비자이 프라샤드와 함께 섰던 기사 '라틴아메리카에서, 정치적 나침반은 좌파를 가리키고 있다'에서 미국이 주도한 쿠데타로 희생된 나라들(가장 최근에는 온두라스, 볼리비아, 페루, 그리고 물론 칠레)을 좌파과 진보가 다시 집권하고 있다고 썼다.
보리치는 선거 운동에서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비판했다. 기사에서, 21세기 라틴 아메리카의 좌경화에서 베네수엘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보리치 정부가 베네수엘라와 라틴 아메리카의 나머지 좌파 및 진보 정부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타로아 수니가 실바: 칠레와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복잡하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가장 많은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는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으며 일상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베네수엘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여러 정당의 많은 지도자들이 베네수엘라의 혁명 과정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무책임한 발언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대통령이 되기 전 개인으로서나 정당의 지도자로서 보리치가 했던 것도 있지만 지금은 정부의 수장으로 베네수엘라의 혁명과정을 지지하고 지켜온 공산당이나 사회운동 진영과 연합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향후 베네수엘라와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야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지만 칠레가 참여할 지역적 연합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보리치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 논의해 가야할 사항이다.
질문: 보리치의 승리 이후 칠레 증시가 급락했다. 칠레 우파·중앙파 및 외국 자본으로부터 어떤 반응이나 공격을 예상하는가? 새로 선출된 정부는 그러한 공격에 어떻게 방어하고 대비할 것인가?
타로아 수니가 실바: 보리치가 당선된 이후로 주가가 급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팬데믹 시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 위기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칠레의 기업가들은 보치리 정부가 사회복지 강화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을 따라가거나 저항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 전 세계 민중이 칠레 민중과 함께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타로아 수니가 실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인 칠레의 헌법 개정과정을 지지하고 수호하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칠레의 과정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일부 세계의 좌파들은 헌법 개정 과정이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며 칠레의 헌법 개정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비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칠레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헌법 개정 과정은 더 많은 급진적 과정을 만들기 위한 과정임을 먼저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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