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민라이더스지회 소속 배달노동자들이 지난해 3월19일 음식 주문 플랫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민라이더스 배달노동자 대회를 열어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모습.
유성호
"김씨 형님 정말 독해요! 애들은 빨리 나오라고 다그쳐도 잘해봐야 오후 2, 3시 넘어서 겨우 나오거든요. 그런데 김씨 형님은 오전 10시에 출근해요. 주간에 애들이 없으니 주간 배달은 그분이 거의 다 가져가는 거죠. 그렇게 새벽 1시까지 일해요. 그러니까 하루 15시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거예요."
대행 사무실 실장 말에 의하면 그 '김씨'는 하루 최소 70건에서 때로는 100건의 배달을 소화했다고 한다. 그는 물 마시는 시간도 아까워 오토바이 주행 중 갈증이 나면 그걸 해소하기 위해 배달 조끼 어깨에 붙어있는 작은 주머니에 호스를 연결한 우유 팩을 넣어 두고 마셨고(이들은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고자 의도적으로 수분 섭취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때로는 빵이나 삼각 주먹밥이 그날 근무 중 식사의 전부일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는 '한 번 말 위에 오르면 열흘을 말 위에서 자고 먹고 마신다'라는 현실판 '몽골의 전사'였다.
그런데 이건, 고소득 배달 라이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덕목 중 하나일 뿐이다. 당연히 이곳도 나름의 재능이 필요하다. 스스로 배달 요청을 선택하고 여러 배달 건을 묶음 배송으로 처리하는 지역 배달대행은 좋은 길눈, 판단력, 운동신경까지 갖춰야 고소득 배달 라이더가 될 수 있다(이건 정말 직접 해봐야 무슨 소리인지 알게 된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비슷한 시간을 일해도 앞서 언급한 수준의 고소득은 어림도 없다. 괜히 무리하게 경쟁에 뛰어들다 건강만 상하거나 사고로 도태될 뿐이다.
물론,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플랫폼 기업들의 '단건 배달' 경우는 조금 다르다. AI 자동 배차에 내비게이션 안내도 해주기에 이런 재능이 덜 중요 하지만, 여전히 길눈이 좋으면 내비게이션 안내보다 더 빨리 갈 수 있고, 좋은 판단력과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으면 도로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상대적으로 쉽게 대처할 수 있으니, 다른 이보다 경쟁력에서 앞서게 된다.
필요한 덕목이 하나 더 있다. 라이더의 숙명은 외부 기상(날씨)을 오롯이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거다. 아무리 두꺼운 패딩을 걸치고 속에 수 겹의 옷을 입는다 한들 영하의 칼바람을 십수 시간씩 버티는 건 쉽지 않다. 추위가 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럼 더운 날은 어떨까? 오뉴월 삼복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날은 타오르는 듯한 아스팔트 열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여기에 비까지 오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덥고 습한 날엔 헬멧만으로도 벅찬데 우비까지 입으면 현기증이 난다. 이런 악조건을 하루 15시간 견뎌야 한다. 그러니까 고소득 라이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에는 인도의 고행 수도승에 필적할 '인내심' 또한 포함돼 있단 이야기다.
사고 총량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