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이하여 간단하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팬데믹으로 인해 올해는 가족끼리만 집에서 간단하게 떡국 및 탕수육, 잡채, 호박전 등을 만들어 먹었다.
박소영
집에 도착해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족끼리만 먹을 거라서 간단하게 했다. 늘 멸치 우린 물에 소고기를 넣고 떡국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번에는 시판 사골 육수를 넣고 떡국을 만들어봤다. 애호박전도 조금 만들고, 오뎅을 넣은 잡채도 만들었다. 탕수육도 집에서 만들었다. 돼지고기에 전분 가루를 묻혀서 튀겼다. 오이, 당근, 버섯, 파인애플을 넣은 탕수육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
한국에는 짜장면, 탕수육, 짬뽕 등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지만, 이곳은 배달해주는 중국집이 없다. 평소 삼시세끼 밥을 하는 것이 힘에 부칠 때면 한국 배달 음식이 그리웠다. 떡볶이, 김밥, 순대 등 분식으로도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한국이 그리울 때가 많다.
우리는 김밥, 떡볶이, 김말이 등 모두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설날이 다가오니 맛있는 한국 음식이 더욱 그리워졌다. 프랑스 전분 가루, 유기농 밀가루, 게랑드(Guérande) 소금, 파리 버섯(Champignon de Paris), 에쉬레 버터(Échiré le Beurre de France) 등 아무리 프랑스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들 한국 고향의 맛을 낼 수는 없었다.
만 5살 아이에게 설날에 대해 알려줬다. 설날의 의미와 설날에 먹는 음식인 떡국에 대해서 설명했다. 떡국을 먹는 것은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도 있고, 떡국떡의 모양이 동전 모양과 흡사해서 부자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나자, 아이는 떡국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 국물까지 다 먹고 그릇을 비우자 "엄마! 나 부자야. 나 이제 6살이야"라고 외쳤다.
이전에는 만두를 잘 먹지 못했는데 이제는 만두가 너무 맛있다며 혼자 다 먹겠다고 했다. 잘 먹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잡채도 입에 잘 맞지 않는다고 했던 아이였는데, 한 해 두 해 커가면서 못 먹던 음식들도 하나 둘씩 잘 먹는 모습이 마냥 신기했다. 이렇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양가 부모님들께서 직접 보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점이 늘 아쉬울 따름이다.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께 전화를 드렸다. 화상 통화를 했다. 화면으로 세배도 드렸다. 비행기로 12시간 걸리는 머나먼 이국 땅에 있지만, 핸드폰으로 서로 얼굴을 보며 편안하고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대다. 만나지 않고도 온라인 설날을 보내는 것이 팬데믹 시대에 어색하지 않는 일상이 되어버린 듯했다.
다음날, 신랑은 악귀를 의미하는 오니 가면을 썼다. 아이는 마스크 쓴 아빠를 보더니 소리치며 콩을 던졌다. 그러자 악귀는 스르르 물러갔다.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함께 썩 물러가길 바란다. 내년 설날에는 주변 이웃들과 함께 음식도 나누고, 집에 초대해서 함께 음식도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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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랑드 소금, 에쉬레 버터... 다 소용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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