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9pay(이나인페이) 인두닐 대표가 부인 송윤화 씨와 함께 미소 짓고 있다.
김예린
"한국 가면 돈 잘 벌 수 있대!"
인두닐 대표는 귀가 솔깃했다. 최저임금이 낮은 스리랑카에서는 학력이 높아도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없었다. 친구의 입으로 처음 들어 본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 '부모님을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인두닐 대표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라는 한국의 삶은 생각과 달랐다. 인두닐 대표는 평생 몸 쓰는 일을 해보지 않았던 스물여섯의 청년이었다. 처음 그가 일했던 곳은 문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라인더에 날리는 쇳가루를 맞으며 문을 만들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온몸은 까만 쇳가루투성이였다. 한국에 온 지 이틀, 그는 다시 스리랑카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스리랑카 행 비행기 표까지 끊었지만, 자국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떠올라 결국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2008년에는 한국에 외국인노동자가 많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며 한국 사람에게 욕도 많이 듣고 그랬죠. 차별도 많았죠. 힘들었어요. 말도 안 통하지 참 답답했죠. 그때 먼저 온 스리랑카분들에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무시하더군요. 참 서운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난 절대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인두닐 대표는 5년간 회사에 다녔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하며, 도움이 필요한 스리랑카 친구들에게 먼저 손을 뻗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언젠가는 내 가게를 열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제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다니며, 틈틈이 동상동 구제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영업 꿈을 키워갔다.
그러다가 중고 가전제품을 팔며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이나인페이에서 대리점 제안이 왔다. 스리랑카 사람들과 수시로 교류하는 그를 눈여겨본 것이다. 외국인노동자가 많은 김해 동상동에서 대리점을 열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E9pay(이나인페이)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노동자가 자국에 돈을 쉽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소액해외송금업체'다. 현재 인두닐 대표는 2018년 김해대리점 1호를 시작해, 지금은 2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한국어를 잘 못 하는 친구들이 필요한 도움은 아주 사소한 거죠. 병원에 갔는데 의사랑 말이 안 통한다든지, 사고가 나서 경찰이랑 대화가 잘 되지 않아 애를 먹는 거요. 사실 일상에서 모든 활동이 언어에서 막혀요. 외국인지원센터가 있지만, 그곳은 업무 시간이 종료되면 도움을 못 받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친구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