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탕' 하는 버릇이 있는 은이는 습진과 염증을 방지하기 위해 발등의 털을 매번 짧게 깎는다.
송주연
매일 보고 싶은 '우다다'와 '똥꼬발랄'
'발사탕'이 되도록 하고 싶지 않은 말이라면, 점점 더 간절하게 자주 내뱉고 싶은 말도 있다. 바로 신날 때 질주하는 모습을 담은 '우다다', 사고를 친 후에도 금세 발랄하게 뛰어노는 것을 일컫는 '똥꼬발랄'(이 두 말은 고양이에게도 많이 사용한다)이다.
'우다다'는 개들이 갑자기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는 행동을 말한다. 은이는 목욕 직후나 혼자 집을 지키다 식구들이 돌아왔을 때 '우다다'를 한다. 목욕 후 털을 말린 은이는 개운한 느낌 때문인지 거실을 매우 빠른 속도로 뛰어다닌다. 식구들이 귀가했을 때에도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우다다' 세리머니를 한다.
이런 행동들은 내겐 은이가 건강하고 활력 넘친다는 의미이기에 지켜볼 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 그런데 몇 달 전 은이가 목욕을 한 뒤에 '우다다'를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 날 은이는 저녁 먹은 것이 체했는지 '우다다' 없이 조용히 앉아 있다 속을 다 게워냈다. 마음이 철렁했던 순간이었다.
'똥꼬발랄'은 점점 그리운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 만났던 3살 때 은이는 종종 의자를 계단 삼아 식탁에 올라가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고를 쳤다. 그러고는 태연히 애교를 부리며 '똥꼬발랄' 하게 놀곤 했다. 하지만, 만 9살 6개월에 이른 지금의 은이는 말썽을 거의 부리지 않는다. 쓰레기통의 휴지를 뒤집어 쓰고도 '나 잘했지요?'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은이의 모습은 이젠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은이가 내 슬리퍼 한 짝을 완전히 해체시켜 놓았을 때 나는 화가 나기는커녕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밀려왔다. '나의 개 은이가 여전히 신발 한 짝을 순삭할 만큼의 에너지와 튼튼한 치아를 갖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하고 말이다.
'참지 않는' 본성과 '꼬순내'를 마음껏 펼치길!
한동안 인터넷에서 앙증맞은 말티즈가 갑자기 화를 내는 영상들이 유행했다. 그 영상들에는 '말티즈는 참지 않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후 나의 입엔 '은이는 참지 않긔'라는 말이 붙어버렸다.
나는 이 영상들에 정말 100% 공감이 됐다. 개들도 사람처럼 성격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종별로 비슷한 면들도 있는데 바로 이 '참지 않긔'는 말티즈의 본성을 매우 잘 표현하는 말이다. 순백의 털에 까맣고 동그란 눈을 가진 말티즈는 그야말로 천사 같다. 은이를 처음 본 사람들은 종종 "정말 순둥순둥해보여요"라고 말을 건넨다.
하지만 말티즈는 고집도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한 개다. 가족이라 해도 원치 않을 때 만지려 하면 하얀 앞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린다. 경계심도 강해 낯선 소리가 들리면 코를 곯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짖어대기도 한다. 한때 나는 이런 은이의 행동을 교정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반려견 교육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 책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다.
'지나가다 당신의 머리를 갑자기 쓰다듬으면 좋겠느냐. 개도 마찬가지다. 그런 개를 야단치기 전에 당신의 행동을 먼저 돌아봐라.'
나는 뜨끔했다. 내가 은이를 존중해주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그 후 은이의 '참지 않는' 행동이 나오면 얼른 내 행위를 멈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반려견이라고 해서 사람의 손길이 늘 즐거운 것은 아닐테다. 우리가 타인이 우리의 선을 지켜주길 바라듯 말이다. 내게 '말티즈는 참지 않긔'라는 말은 각자의 고유한 본성과 선을 지켜줘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또 하나. 아마도 반려인이라면 개의 발바닥에서 나는 '꼬순내'의 매력을 잘 알 것이다. 개들의 발바닥 패드에서 나는 이 독특한 냄새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면 그건 당신이 반려인으로 정체화했다는 의미다.
이 말 역시 반려동물의 고유한 특징을 존중해주는 표현이라 여겨져 참 마음에 든다. 나는 은이가 자신의 '꼬순내'를, '참지 않는 성격'을 편하게 드러내길 바란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특징들을 존중받을 수 있을 때 어떤 생명체든 행복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