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꿀잠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영등포구 도신로 51길에 위치한 꿀잠 건물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작게는 꿀잠이고, 나아가 노동자들의 쉼터이고, 신길2구역 재개발사업의 공공성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의 본질은 이 동네에 뿌리내리고 살아오고, 장사하고, 쉼을 얻어 온 우리 모두의 '삶'입니다. 우리는 꿀잠의 존치 요구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고자 합니다.
재개발사업은 법적으로도 공익사업에 속합니다. 재개발은 소유자들이 자기 집 한 채를 부수고 짓는 단순한 사인 간의 건축이 아닙니다. 국가와 지자체가 도시계획 차원에서 공공복리 실현을 위해, 주택뿐 아니라 도로도 만들고 공원도 만들고 각종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공익목적의 사업입니다. 그만큼 공공성을 추구해야 하는 사업이기에, 개인의 사적 소유권까지도 제한할 수 있는 강제 수용권이 부여됩니다. 그런데 현재의 재개발방식은 그 공적 권한을 민간 소유주들의 조합에 위임해 주고 있습니다. 민간조합이 공공에서 위임받은 수용권을 휘두르지만, 공공성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민간의 목적은 당연, 이윤추구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신길2구역은 주민 77%가 동의해 조합이 결성되었고, 변경인가 때 79%가 동의했다고 합니다. 그럼 80% 가까운 주민들이 동의했으니,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일까요?
묻고 싶습니다. 권리자라고 말하는 신길2구역 토지등소유자 889명 중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은 몇 명입니까? 사업에 찬성한 79% 중에 이곳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몇 %입니까? 단언하건대, 여느 재개발지역과 마찬가지로 부재지주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아닌, 투기적 목적의 외지 소유주들이 많을 겁니다. 결국, 외지 소유주들의 이윤추구 동기에 의해 사업이 추진되는 구조입니다.
또한, 이 동의율은 '토지등소유자'만의 동의만 묻습니다. 공람자료에 따르면 구역지정 당시 신길2구역 거주 가구는 총 2790가구이고 그중 78%에 해당하는 2186가구가 세입자 가구입니다. 이처럼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다수인 세입자들과 장사하고 있던 상인들의 동의 여부는 어디서도 묻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비계획수립(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세입자와 상인 등 신길2구역 재개발사업으로 삶의 영향을 받는 이들의 동의 여부 및 의견수렴을 요구합니다. 이를 통해 이들이 이전과 동등하거나 나은 삶이 유지될 수 있는 정비계획(안)의 수립을 요구합니다. 이들의 삶이 나아질 수 없는 정비계획이라면,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업이기에 철회되어야 마땅합니다.
우리는 꿀잠의 존치를 요구합니다. 용산참사가 있던 해인 2009년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는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처리방안>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기존 정비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윤리적 규범 제시 등 공공성을 갖고 있는 종교시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대책으로 "종교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를 원칙으로 계획하고 불가피한 경우 이전계획을 수립하여 관리처분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종교시설 우선존치라는 처리방안을 수립한 이유는 공공성을 갖고 있는 시설에 대한 존치를 우선한다는 말일 것입니다. 같은 차원에서, 꿀잠이야말로 공공성 높은 시설이니 존치해야 합니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의 존치를 요구하며 꿀잠을 지키겠다는 우리의 의견은, 다수로 포장된 소수 기득권자에 의해 추진되는 개발사업에서, 진짜 다수인 우리들의 삶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이에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영등포구와 서울시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비계획(안)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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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주거권네트워크, 도시연구소 등에서, 주거권 관련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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