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죄수들의 원형보행감옥 뒷뜰에서 죄수들이 원을 그리며 계속 돌고 있다. 이 모습을 보니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의 삶과 비슷해보였다. 가운데 노란 머리 죄수는 반 고흐 자화상 같아 보인다.
박소영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작은 전시실 안에 오직 이 한 작품만 걸어두었다. 전시실 내부는 깜깜했고, 해를 상징하는 듯한 붉은색 원이 전시실 위쪽을 덩그렇니 비추고 있었다. 그 옆에 반 고흐 작품이 고요하게 벽에 걸려 있었다.
모스크바 푸슈킨 미술관에서 가져온 그림이다. 그림이 크지는 않았다. 그림을 향해 불빛이 강력하게 비추고 있었다. 강력한 불빛 만큼이나 그림 외의 공간은 무척 어두웠다. 그림 속 배경이 감옥소이기 때문에 그림 콘셉트에 어울리게 전시실을 어둡게 표현한 듯 했다.
죄수들은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 중 가운데 있는 한 죄수가 화가를 응시하고 있다. 다른 죄수들의 얼굴은 표현되지 않고, 가운데 있는 죄수의 얼굴만 그렸다. 자세히 보니, 반 고흐의 생김새와 비슷했다. 얼굴 골격이며, 노란색 머리카락이며 매우 흡사했다. 작가는 자신을 그림 속에 그려 넣은 것 같았다.
실제 이 그림은 구스타브 도레(Gustave Doré)의 영국 런던의 악명 높은 뉴게이트 감옥소 운동장(Newgate-Exercise Yard, 1872)판화를 보고 그린 것인데, 원작을 보면 가운데 있는 인물은 반 고흐가 그린 인물과는 사뭇 다르게 생겼다. 반 고흐는 그림을 그리면서 점점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반 고흐는 생 레미(Saint-Rémy) 정신병원에 감금된 상태였고, 1890년 5월에 가셰 박사(Dr. Gachet)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죄수들은 곧 죽을 운명을 암시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반고흐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실제 이 그림을 그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890년 7월 29일,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에서 37세의 나이로 자살했다. 그는 어쩌면 이 그림을 그리면서, 가운데 있는 죄수를 자신과 비슷하게 그림으로써 죄수들의 운명처럼 자신도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은 아닐까?
이 그림은 지금 우리가 사는 2022년 현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죄수들은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간다. 한마디로 세상과 단절되고, 격리되어 있다. 격리(Confinement)라는 단어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뉴스 기사에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19로 인해 격리를 반복하며 빙글빙글 제자리 걸음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듯해서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나 싶으면, 또다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가 휘청거린다. 전 세계 곳곳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이것이 2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죄수들이 원을 그리면서 계속 도는 것처럼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벗어나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의 굴레처럼 느껴졌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 끝이 보이지 않는 삶, 곧 죽을 운명을 암시하는 반 고흐를 대변하고 있는 노란 머리의 죄수, 침침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초록빛 감옥 뒷뜰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암울한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월이다. 학교에서는 연일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연락이 오고, 회사는 재택 근무로 전환했다. 봄은 다가오고 있는데 언제쯤 이 상황이 끝날지 알 수가 없다. 반 고흐 '죄수들의 원형보행' 그림처럼 우리의 삶 또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만 같다. 하루빨리 팬데믹 상황이 호전되어 어두운 초록빛 감옥에서 벗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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