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나라 바꾸는 여성'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성평등 대한민국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후보들이 20대 남성을 겨냥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걸 보면, 20대 여성을 유권자로 보지 않는 거 같다." (20대 여성, 이연미(가명)씨)
<오마이뉴스>가 전화 인터뷰한 20대 여성 4인이 이번 대선에서 느끼는 감정은 '소외감'이었다. 정치권과 언론이 이른바 이대남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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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2020년 4월 15일) 당시 20대 유권자 수는 약 679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5.5%를 차지했다. 같은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대 여성(20~29세)은 313만 명, 20대 남성(20~29세)는 348만 명 가량 된다. 남성이 35만 명 정도 더 많다. YTN의뢰로 리얼미터가 1월 3·4일 전국 18살 이상 39살 이하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투표 의향은 73.1%, 20대 남성은 68.6%였다.
한때 문재인 정부·민주당의 대표 지지층으로 꼽혀온 20대 여성의 표심이 이번 대선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이들이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를 비슷하게 지지했다는 건 참고할 만하다. 당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의 44%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 40.9%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
최근 경향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3046명를 대상으로 1월 3주(16∼21일)차 주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20대여성(만18세~29세) 126명 중 28.2%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28.6%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거의 같은 수치다.
대선 후보들의 행보에 대해 인터뷰에 응한 20대 전후반의 여성 4인은 지역(서울·경기·충청·광주)과 직업(대학생·직장인·자영업자)을 막론하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젠더 갈등의 중심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본인은 40대에 가까운 남성정치인이면서 20대 남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척 젠더 갈라치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20대 여성들은 입을 모아 "집, 회사, 학교 주변에서 불법촬영,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의 위협을 느낀다"면서 대선 후보들에게 '여성의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왜 20대 남성을 위한 공약은 있는데, 20대 여성을 위한 공약은 없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석열, 안희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
20대 여성 4인
- 최미진(가명) : 24세, 서울에서 자취 중, 내년 2월 졸업예정, 첫 대선 투표 앞두고 고민. 윤석열 후보는 안된다고 생각.
- 김영우 : 25세, 충남에 있는 대학 4학년, 지난 대선에 이어 심상정 후보 지지.
- 박선예(가명) : 26세, 경기도 인근에서 2년째 자영업, 현재 투표 후보 정하지 못함.
- 이연미(가명) : 29세, 광주광역시에 사는 3년차 직장인, 기혼, 안철수 후보 쪽에 기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최미진씨는 "반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을 가감없이 밝힌 유력한 대선 주자들을 보면서, 첫 대선인데 투표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면서도 "적어도 윤 후보를 뽑을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김영우씨 역시 "이·윤 후보는 20대 여성에게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뽑을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조금 더 고민하겠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심상정 후보를 뽑게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유일한 기혼자인 이연미씨는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면서 "윤 후보는 자기가 말하는 정책을 이해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꼭두각시 같다. 이 후보는 본인을 비롯해 가족과 관련한 도덕적 문제들이 마음에 걸린다"라고 전했다. 경기도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선예씨는 "지난 대선에서는 큰 고민없이 문재인 후보를 뽑았는데,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고민중"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친 이 후보가 정책 실행 능력이 있을 거 같아 마음이 간다"라고 설명했다.
후보들의 가족과 관련한 이슈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건 20대 남성들의 반응과 비슷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이른바 '김건희 통화 7시간' 보도에 대해 이연미씨는 "법적 판단까지 끝난 성범죄자인 안희정을 옹호한 김건희의 발언은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꼭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이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유권자로서 궁금한 건 후보 가족들의 발언과 의견이 아니라 후보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우씨 역시 "이번 (MBC) 보도를 포함해 언론들이 후보 검증보다 후보들의 가족·사생활에 집중하는 느낌"이라며 "의식적으로 후보 가족과 관련된 뉴스는 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미진씨는 "김건희 발언보다 내가 궁금한 건 윤석열 후보가 여전히 안희정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냐는 것이다. 검찰총장까지 한 후보의 생각이 이렇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20대 여성들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 중에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라고 평가했다. 이대남의 마음을 잡기 위한 '안티 페미니즘' 정책만 있을 뿐, 정작 20대 여성의 삶과 연관된 공약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젠더갈등'을 주도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향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박선예씨는 "처음 이준석이 청년 정치인으로 등장했을 때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갈등을 유발해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실망스럽다"라고 말했다.
김영우씨는 "사실 이준석은 영재코스를 밟아 보통 이대남이 괴리감을 느낄만한 인물 아니냐"면서 "직업 정치인으로 생계고민 하지 않고 생활한 걸 보면 취업 고민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이십대와는 다른 인생이다. 그런데도 이대남을 대변한다는 게 우습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특히 윤 후보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안 후보 역시 '무고죄 강화'를 언급하고 스토킹 처벌법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반감을 나타냈다. 최미진씨는 "여성들은 매일 폭력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는데, 후보들은 우리들의 불안함을 하나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젊은 여성을 위한 공약이 아니라 젊은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공약을 내거는 것에 대해 기가 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상의 폭력에 두려움 느끼는 20대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