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대민 지원으로 제설 작업을 하는 군인들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왜 군인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2021.12.26
대한민국 육군 페이스북
그보다 앞선 2020년에는 국방홍보원이 '수해 복구할 땐 나를 불러줘 어디든지 달려갈게'라고 적힌 포스터를 공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고, 2019년에는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선 장병들이 마스크 한 장만 착용하고 먼지 가득한 복구 현장에 투입되어 전투 식량을 먹고 있는 사진을 육군이 올렸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민이 더 이상 '군인 동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갖다 쓰는 대민 지원 제도의 기저에는 오랜 시간 병역 의무를 이행 중인 장병들을 공짜 노동력쯤으로 대해온 군과 사회의 비뚤어진 인식이 녹아 있다. 월급이랍시고 푼돈을 쥐여주며 죽으면 개죽음이요, 다치면 내 손해였던 부끄러운 시대의 잔재다. 군 스스로 병사들을 소모품 취급하며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사회가 군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병사뿐 아니라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의무경찰, 의무소방, 사회복무요원 등에게도 두루 해당되는 일이다.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재해·재난 복구에 군인이 대민 지원을 나가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에 당연한 노동은 없다. 나라 지키는 군인을 동원하는 일은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지자체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써야 할 행사 엑스트라에 왜 병사들이 동원되어야 하는가?
나랏돈 아끼자고 병사들을 공짜로 동원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대민 지원 활동 업무 훈령' 상 대민지원 요건을 재해·재난 대처 등에 한정하고, 과도하게 넓게 설정된 대부분의 지원 요건을 삭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훈령에 대민 지원에 참여한 장병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병사들에게는 외출·외박·휴가 등 포상을 지급하며, 반드시 안전 장구를 착용하고 충분한 사전 안전 교육을 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한 헌신에 그만한 대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는 착취이자 강제 노역일뿐이다. 사기 진작은 시대착오적인 위문편지니 공연이니 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존중받는 병역 의무는 국가와 군이 만들어가야 할 몫이다. 군인도 군복 입은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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