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하고 있다. 2019.3.13
연합뉴스
장병들 대상으로 배만 불려서야
2021년 9월, 국방부에서 실시한 '병사 급여인상 후 월 평균 지출항목 온라인 설문조사'(각 군 병사 1779명 대상)에 따르면 34.3%가 5~10만 원, 32.7%가 0~5만 원의 통신비를 지출한다고 한다. 통신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23.4%는 부모로부터 통신비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어느 요금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이 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2021년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병영을 방문해서 실제 물어보았을 때 병사들이 가장 많이 쓰던 요금제는 5만 5000원 요금제라 했다. 여가 시간에 OTT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세대 특성상 3만 3000원 요금제로는 데이터가 모자라고 속도도 느려 불편함이 많아 3만 3000원 요금제를 쓰다 곧 5만 5000원 요금제로 갈아타는 병사들이 많다고 했다. 비싼 감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그랬다.
그래서 군인 요금제를 비슷한 서비스 내용으로 구성된 일반 LTE 요금제와 비교해봤다. 통신 3사 모두 3만 3000원 군인 요금제와 비슷한 요금제가 4만 9000원, 5만 5000원 군인 요금제와 비슷한 요금제가 6만 9000원이었다. 군인 요금제가 20% 정도 싸다. 최근 특가 요금제를 도입한 LGU+는 도리어 5만 5000원 요금제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4만 5000원이라는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요금제를 단순 데이터 사용량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군인 요금제가 20% 밖에 저렴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에서 2017년 직업별 스마트폰 사용량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의 주당 평균 사용 시간은 38.6시간이었다. 이후 연구는 따로 없으나, 추세에 따라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비슷한 또래의 군인은 주중 스마트폰 사용 가능 시간(평일 18:00~21:00, 주말 8:30~21:00)에 쉬지 않고 스마트폰만 써도 40시간밖에 못 쓴다. 밥 먹는 시간, 씻는 시간, 청소, 점호 준비, 운동 등 다른 활동 시간을 빼고 나면 대학생 대비 데이터 사용량은 절반 정도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서비스 여건도 그리 좋지 않다. 여전히 부대 위치에 따라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같은 요금 내고 불공평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하는 병사들도 많다.
병사 월급의 10%가량이 통신비로 지출되고 있다. 기업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에게 자원봉사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장병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배만 불려서야 되겠는가.
시장 논리에 맞춰 상식적으로 살펴도 군인 요금제가 일반 요금제의 반값 이하는 되어야 한다. 선거철마다 통신료 인하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군인 요금제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나서서 실제 데이터 사용량 등을 따져보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해야 한다. 모든 병사가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 병사 처우의 세세한 점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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