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시작되기 전날인 14일 드레스리허설을 마치고 초록소의 정성택 연출가로부터 <28조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필립리
- 공연이 '냉장고'가 부각된 전반부와 '집'을 형상화한 후반부로 구분된다.
"그렇다. 처음에는 후반부에 '집'이라는 형상을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습을 하면서 점차 발전했다. 후반부에 보는 모습은 집의 지붕이라고 보면 된다. 네모의 집은 수면 아래 잠겨있고,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가정 하에서. 이것은 마치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냉장고는 왜 선택했나? 프레온가스가 분출되는 환경오염과 관련이 있는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깊게 생각하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그런 생각은 아예 안했다. 그린란드의 빙하를 무대로 가져올 수 없으니까. (웃음) 일상의 빙하가 뭘까 생각했을 때, 냉장고를 떠올렸다. 예를 들면, 우리는 기후에 대해서 무의식적이고 무관심하다. 관심이 있더라도 여기에 대해서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밤낮으로 냉장고의 문을 여닫는 것이 습관이 됐다. 의도적으로 여닫는 것도 있지만, 막 열고 뭐 없으면 닫고 이런 식이다. 이런 행동이 기후를 대하는 자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 무대와 객석 사이에 차이니스폴은 왜 설치했는가?
"차이니스폴과 같이 서커스 구조물은 대부분 많은 기술과 기예를 보여주겠다는 전제 하에 설치한다. 그런데 공연장에서는 빙산의 높이가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면, 냉장고를 아무리 쌓아도 3층밖에 안되고, 구조물도 기껏해야 3미터 밖에 안된다. 그래서 더 높은 빙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차이니스폴은 공연의 처음과 마지막에만 나오는데, 빙산의 높이도 보여주면서 현대인을 상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난민이 발생한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기후변화로 낭떠러지까지 내몰린 현대인을 상징한 것이다. 갈데 없고 마지막 지점에 몰린 느낌이다. 마치 얼음 한 조각이 남았는데 그 위에 펭귄이 서 있는 것이다."
- 무용수 외에 다른 퍼포머가 참여했다고 들었다.
"순수 무용이 전공인 여섯 명의 무용수와 서커스를 전공한 (차이니스폴에 올라간) 한 명의 퍼포머가 함께 만든 공연이다."
- 서커스가 현대무용에 어떻게 도움이 됐는가?
"현대무용에 도움이 됐다기보다 다른 관점으로 봐라봐야 한다. 무용수들은 이런 작업을 처음해봤다. 저도 연극으로 시작해 무대에서 작업을 해왔지만, 거리예술과 서커스의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무대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무용수의 움직임에 대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거리예술과 서커스의 장르적 특성을 무대에 적용해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두 지점은 상충되는 것이지 일방향적으로 도움을 받는 관계라고 볼 순 없다."
- 직접적으로 드러낸 다른 무용과 다르게 이 작품은 최소의 오브제를 활용해 공연을 완성시켰다. 이것은 관객이 상상해야 하는 부분이 큰 것 같다.
"공연을 보고 있는 이 시점에도 빙하가 계속 녹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다. 우리가 단순히 사랑을 표현할 때도 많은 방식이 있듯이 빙하가 '녹는' 것도 'melt'도 있고 'break'가 있다. 빙하가 녹는 사실을 때로는 냉장고로, 때로는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이 우리 공연을 보고 '빙하가 계속 녹고 있지. 우리가 일상을 변화해야 한다'라는 것을 느껴주면 고마울 뿐이다."
- 객석에서 바라보는 무대의 화면이 단순한 느낌이 들었다.
"무용 공연에 설명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연출을 한 이유는 시각적인 요소가 강했던 전작들과 연관 있다. 현대미술처럼 효과를 냈다. 공연예술이라면 퍼포먼스가 많아서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반면, 나는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고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음악도 화려하진 않지만 앰비언트(ambient, 반복적이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멜로디 구조를 부각한 일렉트로닉 음악)적인 것을 사용했다. 마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사실을 풍경처럼 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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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예술만 씁니다." 20년 넘게 문화예술계 현장에 몸담고 있으며, 문화예술 종합시사 월간지 '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년)과 한겨레신문(2016~2023년)에서 매주 문화예술 행사를 전하는 '주간추천 공연·전시' 소식과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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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조톤은 1994년 이후 녹아내린 빙하의 총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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