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희 I '무제(Untitled)' 캔버스에 유채 250×195cm 2021
김형순
그럼 이제부터 작가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보자. '질 들뢰즈(G. Deleuze)'는 "예술은 감각적 집합체를 창조하는 것"이라 했는데 오감이 총동원되는 예술 그녀도 동의하리라. 작가는 내면에 이는 모든 감각을 '기호화'하려 했다고, 거기에 은유를 더하면 추상화가 된다고 말한다.
회화작가로서 색은 그녀에게 유령처럼 매혹적인 것이다. 게다가 현대회화에서 빠지면 안 되는 사운드도 놓치지 않는다. 이에 관해 물으니, 음과 음이 부딪칠 때처럼, 색과 색이 충돌할 때 나는 소리가 그림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단다. 감정과 생각이 물감 덩어리가 되는 순간에 몸이 개입하면 화면의 모든 요소가 에너지로 발화하여 화산처럼 폭발한단다.
작가는 베를린 이후 '쓴다'는 문학적 감수성을 버리고 '그린다'는 시각예술의 본질로만 돌아섰다. 그 결과 이번 작품에는 제목 없이 '무제'다. 회화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인데 어설피 제목을 붙인다면 언어에 갇힌단다. 회화의 원류에 충실하겠다는 의연함을 보인다.
동시에 선과 색과 물감 등의 맞부딪치는 효과를 선호한다고 할까. 이를테면 표면은 얇아지고, 층은 두꺼워지고, 물감은 둔탁해지고, 선은 민첩해지고, 명암은 뚜렷해지고, 색은 강렬해지고, 기운은 은밀해진다. 그런 상반되는 요소가 상호충돌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숨겨진 내면세계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