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유니온과 전북 지역 12개 사회 단체 및 정당이 모인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이 12월 9일 전북지노위 건물 앞에서 "KBS전주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작가유니온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방송작가가 방송사 지휘·감독을 받는 '부하직원에 가깝다'고 법적으로 판단한 첫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전주KBS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전북지노위)는 '상시 해고' 근거가 돼왔던 1년 단위의 계약 기간도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정한 형식에 불과하다'고 밝혀 방송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9일 전북지노위가 A작가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사건 판정서를 보면, 전북지노위는 A작가가 "드라마작가, 번역작가와 같은 다른 방송작가와는 달리, 토론 주제 결정이나 원고 작성 시 독자적이고 고도의 창의성이 반영될 여지가 많지 않고 담당 PD와 방송국이 정한 토론주제와 토론자에 대한 질문에 따라 원고를 작성했다"며 "업무 대부분에 사용자(전주KBS)의 지휘·감독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A작가는 201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전주KBS에서 일했다. 퇴사 직전 1년 동안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부터 1시간 가량 방영되는 '심층토론' 프로그램에서 일한 '시사·교양 작가'다. (
관련 기사 : KBS전주 '무늬만 프리랜서'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 http://omn.kr/1wdis)
전북지노위는 A작가가 "용역계약 당사자라기보다 소속 팀원 내지 부하 직원으로 취급됐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도 밝혔다. A작가와 방송국이 쓴 작가 집필 계약서(프리랜서 용역 계약)가 형식적이라고 본 것이다.
이어 "프로그램 기획, 출연자 섭외 등 구성 활동 대부분은 사회적 영향이 큰 시사 프로그램 특성상 A작가가 독자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고 대부분 담당 PD와 방송국 결정에 따라 출연진 연락, 토론자 배치 등 실무를 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계약서상 월급이 아닌 '주급'으로 작가료를 지급했다는 방송국 주장엔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지급하면 되는 것"이라며 "양자 간 약정에 따라 일급, 주급, 월급으로 지급하는 건 산정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직원처럼 고정적으로 출·퇴근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근무 시간·장소는 고용된 근로자라 해도 근기법 52조에 의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근로하거나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재택 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탄력적으로 변동 가능하다"며 "방송국에 A작가 좌석이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방송사가 근로 시간과 장소를 적극 지정하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성급히 근로자성을 부인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전북지노위는 그러면서 A작가가 근로소득세가 아닌 '개인사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를 낸 점이나 고용보험이 아닌 예술인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실에 "방송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용역계약으로 취급해 통상 근로자에게 적용하는 규정을 배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1년' 쪼개진 계약 기간도 "사용자가 정한 형식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