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감히 돈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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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배신해도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지만, 자전거에 탄 채로 우는 것보단 벤츠에 앉아 우는 게 편하다."
예전의 나라면 속물적이라고 웃어넘겼을 문장들이 지금은 나의 삶을 이끌고 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세상 물정에 어둡고, 돈 좋아하는 것을 경시하던 나인데 이제는 감히 돈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생길 때 사람이 얼마나 초라하고 비굴(비참)해지는지 겪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돈은 단순히 있으면 좋은 게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며, 가족이나 국가에 의존해 살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나를 굽히지 않고 나로 살아가기 위해 경제적 자립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돈은 회피할 것이 아니라 알아야 할 것이고, 항심을 위해서는 항산이 필요하다고.
가진 게 없어 주식을 시작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주식으로 돈을 날린 주인공 아버지가 자주 등장해서인지 은연중에 주식은 패가망신의 주범이요, 도박과 같은 위험한 것이었다. 그래서 위험회피 성향의 사람으로서 투자보다는 착실히 돈을 모으는 저축을 택했다. 대학생 때부터 파트타임과 인턴을 통해 번 돈을 착실히 모았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매달 생활비 30만 원, 용돈 50만 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저축했다.
이처럼 '재테크=예적금'으로 살았던 재테크 알못인 나는 사회적 포모현상(FOMO, fear of missing out, 나만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떠밀려 주식 시장에 들어갔다. 시기는 바야흐로 2020년 3월, 예적금을 드는 건 자산 유지도 아닌 상대적 손실이라 여겨지는 저금리 시기였으며, 전 세계가 팬데믹 공포와 뉴노멀로 기존의 것에 대한 도전이 일어나는 때였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생활을 통해 천만 원 단위의 돈을 모았고, '3년 안에 1억 원을 만들자'라는 목표를 세운 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진 게 없어서 주식을 시작했다. 금수저, 은수저가 아닌 이상 사회 초년생이 충분한 시드머니가 있기 어렵고, 주변에 청약이나 로또 당첨이 아니고서야 2030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산을 불리기 위해 선택한 것이 주식이다. 내가 아는,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주식이었고 한창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 유치에 열을 내고 있었다.
관심을 갖고 둘러보니 주변에는 이미 주식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당시 코스피 지수가 2000 아래로 내려갔기에 시작하기 좋은 때라는 말을 듣고 바로 계좌를 개설했다. 일단 행동하자.
아무런 지식 없이 20만 원으로 시작했다. 치킨을 좋아하기도 하고 치킨집이 많은 나라니까 앞으로도 치킨 회사는 망할 리가 없다며 750원 가치인 모 닭고기 회사 주식을 10주 구매했다. 시작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웠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수집하고 공부하며 주식 계좌에 넣는 돈을 늘려나갔다.
내 안의 리스크 테이커, 첫 레버리지
코로나로 인해 구조조정, 자영업의 붕괴 등 경제 상황은 안 좋아졌지만 주식 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사실상 제로금리라 이전에 주식을 안 하던 사람들까지도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날로 올라갔다.
뉴노멀로 세상이 바뀌니 나 역시 안 하던 일을 벌였다. 주식 호황기의 흐름을 타 레버리지를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대출을 받아본 적도 없는 내가 주식투자를 위해 마통(마이너스 통장)을 뚫다니. 콩알만 한 간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도 놀라웠다.
레버리지 활용을 하면서 나의 삶은 좀 더 돈 지향적(money-oriented)으로 변했다. 아침에 일어나 사회과학이나 자기 계발 분야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셨던 나는 커피를 내리면서부터 증권 유튜버의 지난밤 미국 장 브리핑을 들었다. 가족과 식사할 때 나누던 일상 이야기는 주식 이야기에 지분을 뺏겼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도 재테크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이러한 변화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남자 상사나 남자 동기들은 원래도 재테크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그 빈도가 늘었고, 여자 동료들과의 대화에서도 주식 이야기가 주요 소재가 됐다.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서로 수익률을 자랑하며 동기 부여 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재테크 스터디가 활성화됐다. 지금은 국내 장도 예전만큼 좋지 않고 가상화폐, NFT 등 새로운 재테크가 부상했지만 모두가 주식에 빠져 주식을 이야기하는 그런 때가 있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투자 원칙, 손절만 하지 말자
1) 가치 투자하기
2) 손절하지 않기(손절하기 전까진 마이너스가 아니다)
나의 투자 원칙은 이처럼 단순했다. '잃지 않는 힘'이 중요하다는 전문가의 말처럼 수익을 보는 것에 앞서 원금을 까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1분기에 잘 벌었어도 2분기에 초기 자본 보다 잃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소위 안전빵으로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주식창을 계속 보고 있을 수 없어 테마주는 들어가지 않고, 2차 전지와 친환경, 반도체, IT 종목으로 10개가 넘지 않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회사의 재무 건전성과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이기에 떨어져도 다시 오를 거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투자한 종목이 예기치 않게 정치 테마주로 묶여 한 달 정도 총수익이 마이너스 천만 원을 넘었을 때는 멘털을 부여잡아야만 했다. 회사 실적은 좋은데 다시 오르긴 하는 걸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간신히 두 번째 원칙인 손절하지 않기를 지켜냈다.
투자라는 게 마음을 잘 다스리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주식 장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보다 보니 투자 습관이 잘 형성되진 않았다. 약 2년간 나의 거래들이 결과적으로 수익을 내긴 했지만 심리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마이너스를 냈던 적도 꽤 있다.
한 달간 마이너스 상태를 답보하며 마음을 졸이던 종목이 있었다. 마침내 빨간 구간으로 들어와 이제 막 상승 기류를 타는 상황이 오자 바로 매도해 버렸다. 이자 회수 정도의 수익을 봤다. 그동안 마음 졸이며 에너지를 소비하다가 이제 막 올라가려 하니 못 참고 매도한 것이다.
내가 판 시점 이후로 주식 가격은 40%가 상승했으니 기다렸으면 1800만 원을 벌 수 있었다. 내가 파는 시점이 저점이라는 인터넷 짤(이미지 형식의 인터넷 밈)처럼 속 쓰림을 몇 번 겪고 나서야 buy and hold(바이 앤 홀드) 전략에 능해졌다.
주식으로 연봉보다 더 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