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 개념 관련 자료/ 2021 녹색연합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발표자료
녹색연합
- 최근 집필한 탈성장 관련 저서(상단 사진 참고)에서 탈성장을 이야기할 때 '탈성장은 성장의 반대말인가?'라는 질문도 빠질 수 없고,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탈성장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탈성장은 어떤 개념이고 그 핵심은 무엇인가?
"인간의 삶과 사회의 방향을 생각했을 때 지금은 대부분 성장이라는 척도로만 재단해왔다. 어떤 삶이 좋은 삶이냐고 했을 때 삶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그 가능성을 다양하게 즐겨야 되는데, 우리는 다 성장하기 위해서 어느 기능만을 특화 시킬것이냐만 강요받게 된다. 좋은 삶은 결국 다양한 삶의 가치들이 다 존중받는 삶인 건데 지금은 무조건 성장을 위해서 쓰임새가 좋은 삶만 존중을 받다 보니까 가령 농촌을 바라볼 때 말로는 매번 '농촌', '농민' 위한다 이야기를 하지만 이게 성장에는 도움이 안 되는 삶이라고 판단하다보니 농민과 농촌이 결국 소외당하게 된다. 각각의 삶이 다 자기 의미를 가지고 삶으로부터 뭔가의 힘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사회가 탈성장사회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야기되는 게 '노동에서 돌봄', '소유에서 공유', '상품에서 공여나 희사'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일종의 다양성의 자치가 탈성장의 주요한 키워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성장을 위한 사회에서는 사실 일종의 인간형을 강조한다. 그 인간형은 그 사람이 누군지를 묻는게 아니라 그 인간이 그 사회에 맞추는 방식으로 간다. 어느 때는 아침형인간이 되어야 하고, 어느 때는 또 특정한 인간형이 되어야 하는데 탈성장 사회는 그런 인간형이 굳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사회일 것이고, 내가 살고 싶은 가치를 서로가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사회일 것이다."
- 사실 우리가 경험해온 세계가 자본주의 사회밖에 없다 보니까 탈성장사회 같은 개념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면서도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탈성장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기존에 사회주의나 이런 쪽에서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혁명'이었다. 한 가지였다. 기존의 체제를 다 허물어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그 폐허에 다시 짓는 것이다. 새 건물을 짓겠다는 것인데 탈성장은 그런 재건축의 방식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미 자본주의 사회는 어느 부분에서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그 허물어짐을 보지 않기 위해서 계속 뭔가 덧칠하고 있다. 그렇다면 탈성장 사회는 현 사회를 어떻게 무너뜨릴까도 사실 고민해야 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미 그 허물어져 가는 시스템 속에서 계속 배제되고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해야 한다. 가령 지금 우리에게 생협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유기농 먹거리를 만들고 소비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이는 극히 일부인 것이고 애초에 생협운동의 시작은 농부가 안전하게 생산하고 소비자도 건강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시스템을 구상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운동들도 탈성장 운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체사회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각성한 소수가 더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사실 이미 곳곳에서 탈성장운동은 많이 있어왔다. 탈성장 운동의 씨앗은 이미 여러 군데 있어왔는데 이게 한국사회 전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그런 힘도 아직 축적이 안 되어 있는데, 기후위기 상황이 그 고민을 확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