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순 할머니의 부군인 고 신채선 님의 선행비고 신채선 님은 생전에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을 손수 빗자루로 쓸어주고 학교에 대빗자루도 만들어 기증하는 등의 재능기부를 일치감치 실천하신 분이다.
오창경
뿐만 아니라 임천면에 있는 학교마다 대빗자루를 묶어서 가져다주는 재능기부를 90년대에 미리 실천하기도 했다. 불우이웃 돕기 성금도 남편이 생전에 해오던 일을 할머니가 15년 동안 이어서 하고 있는 일이다. 신작로가 포장이 되고 더 이상 대빗자루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대신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면에 기탁하기 시작했다.
명심보감 천명 편에는 선행을 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고 근학 편에는 어려서부터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것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노부부는 생활 속에서 명심보감을 실천하며 살았다.
할머니의 인생 철학, 오래 들었으면
할머니는 5남1녀의 자녀를 뒀다. 시골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반복해서 읽고 쓰던 어머니와 공공을 위한 일에 앞장섰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5명의 아들들 중 3명이 공직에 입문했다.
우체국장으로 퇴직한 큰 아들을 비롯해서 종로구 부구청장과 현직 고교 교장까지 한 집안에서 공직자를 3명씩이나 배출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 5급까지 오르기도 드문 일이다. 이 아들들은 내가 가끔 할머니를 뵙고 온 날이면 반드시 전화로 감사의 인사를 해온다. 덕분에 할머니의 자녀들한테도 나는 이름으로만 알려져 있다.
명심보감 훈자 편에는 금전보다는 자녀교육이 더 중요하며 교육의 방법은 가장 엄격하면서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명심보감이 스며든 황영순 할머니의 교육 철학은 자녀들을 반듯하게 키워낸 밑거름이 된 것 같았다.
황영순 할머니는 시대의 어머니 상이며 전형적인 현모양처의 삶을 살아온 분이다. 어릴 적부터 명심보감과 천자문을 읽고 쓰다 보니 거기에 나온 가르침 그대로 살게 되었다. 할머니를 뵙고 온 날이면 큰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온 것처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올해 호랑이 띠를 새로 맞이한 97세 황영순 할머니의 인생 철학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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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 호랑이띠 할머니의 하루 루틴은 그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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