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겨울바다 풍경바람과 파도로 성난 바다는 간데없고, 그지없이 평온한 바다가 그림같다.
임경욱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했던 많은 영광과 보람, 시련과 역경 속에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낙오되지 않은 채 여기까지 달려와 준 내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군대 전역 후 젊은 패기로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하고 다시 시작한 직장에서 30년을 넘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기에 더욱 그러한 것이다.
마음에 등불 하나 켜고 조용히 나를 응시한다. 우리는 누구도 영원히 살지 못하며, 또 무엇 하나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 때문에 그 욕심을 부리면 살아왔는지, 가슴을 치면서도 그 생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의 숙명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방관이다. 그동안 삶을 방치하며 방관자로 살아온 날들이 부끄럽다.
늘 비어있는 마음 한구석을 채우려고 무언가를 갈망하고 쫓아왔는데 그 무엇 하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너무 크고 빛나는 것만을 바라지 않았는지, 아니면 잘못된 선택지를 들고 허상과 미망에 빠져 헤맨 것은 아닌지 후회스럽다.
이제는 내가 지금 여기서 존재적 가치를 찾아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무미건조하게 이어지는 일상에 변화의 물감을 입히며, 그 색감에 맞춰 조화롭게 살고 싶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위해 벌여야 했던 분투, 뜻을 이루지 못해 맞게 되는 분노와 좌절, 어떤 조직에서나 겪는 동료들과의 갈등, 이런 것들이 쌓여 스트레스가 되고 결국은 건강까지 망가트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수히 봐왔다.
그러면서도 나도 그것을 답습하는 바보 같은 짓을 퇴직하는 날까지 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와서 모든 것이 부질없는 짓이었다고 말하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절실했을 것이다. 다만 감정이나 보폭을 조절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절망하거나 포기하곤 하지 않았나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