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알렉산더 해밀턴을 길게 인용한 이유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해밀턴과 여러 면에서 겹쳐 보인다. 이재명 또한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가난한 화전민 집에서 태어나 제때 정규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13살에는 소년공이 되어 쇳가루를 마셔가며 일했다. 다행히 공부는 잘해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대학 진학,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돌아보면 변호사,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그리고 유력 대권 후보까지 순탄치만은 않은 삶이었다. 정치에 입문해서도 비주류로 맴돌았고 인터넷 연관 검색어로 '스캔들'과 '패륜'이 가장 먼저 올라온다. 흙수저에다 비주류까지 서사는 알렉산더 해밀턴과 닮았다.
새해맞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은 1위로 올라섰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여론조사 결과 그는 국민의힘 윤석열에 비해 8.5%포인트에서 12%포인트까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31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이같은 기조가 계속될 경우 이재명은 20대 대선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재명을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국민들은 그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쯤해서 이재명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해밀턴은 마이너리티로서 주변과 불화했지만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타협, 양보를 실행에 옮겼다. 이재명에게도 국민통합이란 과제가 주어졌다. 다음 대통령은 보복과 증오대신 포용과 화합을 이뤄야 한다.
링컨은 포용과 화합을 행동으로 보였다. 그는 대통령 취임 이후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정적들을 주요 자리에 앉혔다. 윌리엄 수어드와 윌리엄 스탠턴은 대표적이다. 1860년 공화당 대선에서 수어드는 가장 강력한 상대였다. 링컨은 자신을 캔터키 촌뜨기라고 조롱했던 수어드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수어드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당시 70억 원)에 매입함으로써 믿음에 답했다. 또 링컨은 앙숙 스탠턴을 기용했는데 그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스탠턴은 1865년 저격당한 링컨을 끝까지 지켰다. 그는 "시대는 변하고 세상은 바뀌지만 링컨의 이름은 오래도록 역사에 남을 것이다"라며 눈물 흘렸다.
미국 대통령 44명 가운데 생일을 기념일로 정한 건 링컨이 유일하다. 미국인들은 링컨이 남긴 위대한 정치적 유산을 기렸다(<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113p>). 해밀턴이 비주류 한계를 극복하고 타협과 양보의 정치를 펼쳤듯, 링컨이 정치적 앙숙을 품었듯 이재명에게도 타협과 양보, 포용과 관용은 필요한 가치다. 그가 국민통합을 내걸고 국가를 경영한다면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을 것이다.
해밀턴은 "우리가 원하는 건 독재가 아니라 정의롭고 절제된 연방정부"라는 말을 남겼다. 이를 우리 형편에 맞춰 각색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건 독단과 배제가 아니라 타협과 포용하는 정부"이다. 국가 지도자라면 반향실 밖에서 국가와 국민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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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 여행, 한일 근대사, 중남미, 중동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중남미를 여러차례 다녀왔고 관련 서적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의 편향된 중동 문제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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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이재명에게 필요한 가치는 통합과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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