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촬영한 일본 군함도 사진.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여길 "지옥도"라고 했다.
손지연
물론 일본이 사도광산에 깃든 강제동원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이를 기리겠다고 한다면 굳이 반대할 까닭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더 많은 이들이 찾는다면, 일제가 저지른 전쟁범죄의 참상과 함께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다크 투어리즘'의 장소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일본에게 뒷통수를 얻어맞은 전례가 있다. 2015년 일본은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설을 설치하겠노라 약속했다.
차일피일 미루던 일본은 지난해 3월에야 비로소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열었다. 그러나 막상 문을 연 센터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물은커녕 강제동원 및 민족차별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증언 및 자료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반발이 안 일어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앞서 일본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천을 위한 후보로 선정했고, 한국 정부는 28일 이에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누카다니를 아시나요
사도광산 논란을 지켜보며 4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2017년 여름, 나는 독립기념관 대학생 탐방단 소속으로 일본 가나자와(金澤) 답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답사 일정 중에는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누카다니 채석장(額谷石切場跡)도 포함되어 있었다. (관련 기사 :
또 다른 군함도, 누카다니 동굴)
본래 인근 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위한 채석장으로 활용되던 누카다니 채석장은 1945년 4월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무렵, 일본군에 의해 군수공장 부지로 낙점됐다. 울창한 삼림 속에 자리하고 있어 연합군의 공습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외장하드를 꺼내 4년 전에 촬영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누카다니 채석장으로 가는 길은 인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산길이었다.
한참을 걸은 끝에 절벽 아래 군데군데 자리 잡은 동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은 족히 수용 가능할 정도로 넓고 튼튼해 보였다. 바로 이 동굴들 안에서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