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소개한 책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소개 글을 작성한 아들, 친구는 내용에 맞는 그림을 함께 그려 넣었고 그렇게 공동으로 그들만의 멋진책을 완성했다.
이효진
어느 날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친구와 공동으로 만들었다며 내 앞에 뭔가를 쓰윽 내민다. 영화 < 태극기 휘날리며> 소개 글을 작성한 아들, 친구는 내용에 맞는 그림을 함께 그려 넣었고, 그렇게 공동으로 그들만의 멋진 책을 완성했다. 누군가에겐 우스울 수 있는 그저 그런 종이책에 불과하겠지만, 엄마로서는 이런 아들이 대견해 보일 뿐이다. 그리고 엄마는 아들에게 또 한 가지 미션을 하나 더 던져줬다.
"아들, 통일 관련 글짓기 도전해보는 거 어때?"
때마침 오마이뉴스에서 전국 초중고등학교 대상 '통일 염원' 글짓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라 이번 주제와 딱이겠다 싶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통일에 대해서 생각해봤을 거 아니야. 그 마음을 담아서 글짓기에 도전해 봐. 그리고 이번 주제에는 어떤 자료들을 찾아보고 글짓기 안에 녹여내야 할지도 고민해 보고 말이야~, 그동안 썼던 일기 쓰기 수준이 아니라 이번에는 원고지 2000자 분량은 채워야 해. 그래서 더 어려울 수도 있어. 하지만 할 수 있지?"
아들은 할까 말까~ 고민인 듯 했다.
"아들, 너 여기서 상 받으면 '초등인싸' 될 수 있어."
"정말 인싸될 수 있어?"
"물론이지, 한번 해보면 되잖아."
인싸가 뭐길래... 인기있는 초등생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아들은 오케이를 외쳤다. 시 쓰기를 좋아하던 아들인데 이번에는 산문쓰기에 도전했다. <엄마표 논술> 수업 이후 이제는 엄마 없이도 제법 스스로가 알아서 자료 찾기며 구성하기를 하며 글을 쓰는 아들이다.
아들에게 미션을 던지고 얼마 후 일을 아들이 통일 염원 관련 글짓기를 잘하고 있는지 물었다.
"어느 정도 썼어?"
"이순규 할머니 이야기 찾아봤어..."
우선 자료 조사부터 진행했단다. 유튜브를 뒤적이며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찾고 보고 정리해 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 도움 없이 거의 혼자서 척척 통일 관련 글을 쓰고 이야기의 순서를 구성하고 마무리 퇴고까지 정리했다. 이런 도전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기에 상까지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도 발표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발표날, 아들은 어떻게 기억했는지 학교 가기 전에 잊지 않고 말한다.
"엄마, 오늘 통일 글짓기 몇시에 발표야?"
"응, 오늘 밤 10시."
"뭐야, 그렇게 늦게 발표해?"
행여나 아들이 수상하지 못해 실망한 채 수업에 임할까 봐 발표시간을 늦게 말했다. 발표 날짜만 기다리던 아들은 밤 10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나는 '오마이뉴스 통일염원 글짓기 대회' 수상 대상자를 찾기 시작했다.
산문적 구성과 문학적 표현 양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는 초등부 정주환과 양지상, 중학부 이민솔, 고등부 신정연 학생의 글을 상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 심사평 중 일부
수상자 발표 뉴스에서 아들의 이름을 발견한 나는 놀라고 기뻤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에서도 아들의 이름이 나와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
[관련기사 :
제4회 <오마이뉴스> 통일염원 글짓기 수상자 발표]
http://omn.kr/1wdp0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신이 나서 말한다.
"엄마, 나 상 받았다. 아빠한테는 비밀이다. 깜짝 놀라게 해 줄 거야."
"그래?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응, 선생님께서 컴퓨터에서 찾아보고 알려주셨어. 그랬더니 사인해 달라고 하는 친구,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친구들까지, 정말 반친구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거 있지?
"그것 봐, 엄마 말 맞지?"
정말 아들은 초등 '인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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