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1어린이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잘해요. 우리도 가까운 이에게 아끼지 말고 말해 볼까요?^^
정혜영
산타가 올해는 무슨 선물을 주실지 한껏 기대에 부푼 아이들을 보니,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산타의 실존에 대해 알아버린 내 유년 시절이 조금은 야속해졌다. 초1 크리스마스 날, 머리맡에 놓인 인형 선물을 받고 몹시 좋아했던 기억. 눕히면 눈을 감고 세우면 눈을 뜨던 그 인형은 당시엔 흔치 않던 물건이었다.
너무 좋아 인형을 품에 꼭 안고 엄마를 따라나섰다가 길에서 만난 옆집 아주머니께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머니께서 "어머, 저런 인형을 어디서 샀대요?" 물으시니 별생각 없이 어디 어디에서 샀다고 답하신 엄마. 쓸데없이 눈치는 빨라서 난 "이걸 엄마가 산 거야?"라고 물었고 당황스러워하시던 엄마의 표정과 함께 깨져버린 산타에 대한 환상.
그래서 슬펐느냐? 하면 꼭 그랬던 건 아닌 것 같다. 친구들은 모르는 금기를 먼저 알았다는 데서 오는 어떤 우월감. 어른들만 공유하는 진실에 한 발 다가선 듯한 조숙함. 정확히 정의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을 그때의 나는 가졌던 것 같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른스러움은 많은 부분 몰랐으면 더 좋았을 소중한 것들을 앗아가곤 한다는 사실을 그땐 잘 몰랐으니까.
"친구가 말하는데요. 산타가 없대요. 진짜 산타 없어요?" 한 아이가 묻자, "있지~ 난 사진도 찍었어!" 다른 아이가 답한다. 이렇게 산타의 존재 유무를 묻는 어린이들은 불특정 친구를 앞세워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까. 나의 대답은 늘 이렇다.
"산타는 늘 우리 마음에 있는 거야. 믿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오시지. 믿지 않는 사람에게 산타는 오지 않아."
가끔 산타가 없다고 말한 아이들이 자기에게만 산타가 오지 않을까 봐 속앓이 할지 몰라 덧붙인다.
"산타는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는 살 수 없지만, 어린이들에게 선물은 주고 싶으시기 때문에 부모님께 자신의 역할을 대신 맡기기도 하신단다."
이 말은 산타를 마음에서 일찍 떠나보낸 뒤 나도 모르게 어린이다움의 한 영역을 일찍 상실한 내게 보내는 위안의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일찍 산타를 떠나보낸 내게 올해 크리스마스엔 직접 찾아와 준 산타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