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의 위치를 옮겨 그대로 역사를 이어가는 안강역(왼쪽)과 서경주역(오른쪽)의 모습.
박장식
*이전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양자동역을 통과하는 열차를 따라 경주 쪽으로 되돌아오면 안강역이 나온다. 서울에서 포항을 오가는 새마을호가 정차했을 정도로 큰 역이다. 경주 동부에 사는 사람들의 교통을 책임지는 역답게 역 건물은 널찍하다. 재미있는 것은 대합실. 여느 학교의 교장실이 생각나는 대합실에는 손때 묻은 책이 가득해 쉬어가는 맛이 있다.
안강역은 28일이 지나면 지금의 역에서 2.2km 떨어진 곳에 신역사를 지어 다시 영업한다고 한다. 미로처럼 생긴 지금의 출입구, 역목이 커다랗게 오른 지금의 역 건물 대신 새로운 역 건물에서 앞으로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셈이다. 읍내에서 멀어진다는 아쉬움을 딛고 새로운 역사를 어떻게 써낼지 기대도 된다.
이렇게 역 건물을 옮기는 기차역은 또 있다. 경주 시내에서 형산강을 넘어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서경주역이 그렇다. 경주 방향으로 가는 선로를, 그리고 포항 방향으로 가는 선로를 가려내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던 서경주역은 황성동과 현곡면 사람들이 서울로, 그리고 대구로, 부산으로 가는 발 역할을 수행하곤 했다.
서경주역도 지금의 위치에서 2.6km 남짓 떨어진 곳으로 이전한다. 중앙선 철도가 지나지 않고 동해선 철도만이 지나는 역이 되는 탓에 열차 운행 횟수도 많이 줄어들고, 역의 중요도 역시 낮아지지만 역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점이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