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대부분을 사장님이 보내는 주방의 모습이다.
최원석
마침내 재계약을 포기했다. 인건비와 공과 잡비들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높은 임대료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9년을 장사했던 정든 곳을 떠나 3개월 전, 조그마한 배달 전문 매장을 열고 배달 업체들과 계약을 했다. 배달 대행업체들은 이용료로 건당 3500~4000원 대를 제시했다. 이후 3개월 동안 배달 전문 영업을 하며 이 배달 대행 요금들의 위력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아니, 이게 해보니까 사람이 타는 택시 기본요금보다 비싸더라고요. 이 도시락 하나의 배달이... 어제 마누라랑 택시를 탔어요. 지금 택시 기본요금이 3300원이잖아요. 배달 대행 기본요금은 지금 3500원입니다. 택시 기본요금이 내년에 올라서 3800원이잖아요. 근데 도시락 하나의 기본 배달 대행료가 1월 1일부터는 인상이 돼서 4000원이 된답니다. 미칠 일 아닙니까 이게.
이해를 해보려 했어요. 하지만 이게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배달 기사님들 고생하시는 건 압니다. 나도 해봐서 힘든 것도 알고요.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게다가 1월 1일부터 또 올린다는 것은 영업을 하라는 건가 싶어요. 고객한테 갑자기 음식 가격을 올리겠다고 할 수도 없잖아요. 갑자기 이렇게 올리면 우리는 어떡하냐고요."
업장의 장사를 마치면 직접 콜을 받아 배달 대행을 해 보았다. 이를 위해 대행업체에 가입하고 오토바이를 샀다. 5만 원의 기본 계약금도 납부했다. 배달을 직접 하며 기사들의 고충을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현행 지도상으로 2km를 기본 거리라고 보는데 이 2km의 반경을 묶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이 반경의 기본 거리 내에 오토바이가 다닐 수 없는 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빨리 배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떤 곳은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걷거나 뛰어야지만 배달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나름 열심히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1시간 평균 불과 두 건의 배달을 했다.
배달하며 번 평균 수익은 최저시급조차 못 버는 수준이었다. 배달 대행 사무실에 수수료로 5%를 주고 얻은 평균 건당 수입은 언제나 채 4000원에 미치지 못한 평균 3천 원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을 그만두었다. 듣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배달 대행으로 수입을 얻는 것이 지금 벌고 있는 금액 이상은 힘들다고 판단을 했다.
"지금이 바로 정부가 수수료 문제 고민해볼 때"
배달을 해보면서 느낀 점이 배달 플랫폼의 자사 라이더들이 단건을 배달하고 얻는 수입과 실제 배달 대행업체 소속의 기사의 수익은 편차가 매우 심하다는 것이었다. 일반 배달 대행 기사들이 사고 위험이 큰데도 왜 여러 개를 한꺼번에 배달하며 서두르는지 알게 되었다. 이 일을 직접 해보며 기사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가 있었다.
"손실보상 80% 하겠다고 하고 10% 나왔을 때요. 업장 마치면 저도 배달까지 뛰어봤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치킨, 피자 등 배달 대행을 저도 직접 해봤습니다. 해보고 하는 얘깁니다. 배달업체도 문제가 많더라 이겁니다. 배달업체들을 권리금을 붙여서 매매를 하더군요. 일반 가게처럼요. 인수한 사람 입장에서는 이 권리금을 회수해야 하잖아요. 배달비에 이 금액을 붙이는 거죠. 이러니까 사설업체들의 배달비가 높아지는 겁니다.
바로 지금 이때가 이 수수료 문제를 전반적으로 고민하고 본격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배달 수수료가 비싼지, 업장이 부담이 되는 금액을 지불하는데도 왜 배달 대행 기사님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적은지를요. 지금 이걸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무조건 언제부터 얼마 올리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 죽으라는 얘기밖에 안 돼요. 최소한 생계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일정 기간 유예를 한다든지 당분간은 현행을 유지한다든지 대책이 있어야지요. 대책이."
사장님은 한숨을 쉬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장님께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냐고 물었다. 그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