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활을 쏘니 화살이 중구난방으로 날아가 꽂혔다.
김경준
무술을 배우기 시작한 이래 도(刀)·검(劍)·곤(棍)·창(槍) 등 여러 무기들을 잡아봤지만, 활만큼 까다로운 무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잘 쏘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조급한 마음을 먹을수록 오히려 화살은 애먼 데로 날아가고, 나를 다치게 한다. 그래서 차분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활 시위에 뺨 한 대를 얻어맞고 나니 옛 선비들이 왜 활쏘기를 심신수양의 수단으로 중히 여겼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옛 선비들은 과녁에 화살을 날렸으나 맞지 않더라도, 그에 동요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정곡을 맞출 때까지 쉼 없이 반복·숙달하는 과정을 '마음을 닦는 과정'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그래서 활쏘기는 '도와 덕을 함양하는 군자의 무예'로 오랜 시간 자리 잡아왔던 것이다.
다시는 손에서 활을 놓지 않으리
어쨌든 2021년을 보내는 시점에서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드디어 실천했다. 그리고 2022년 새해 목표는 오랜 방황(?) 끝에 다시 잡은 활을 놓지 않는 것이다. 나의 영웅인 주몽이나 이성계처럼 신궁(神弓)이 되고 싶다는 꿈까지는 감히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평생의 취미생활로 활쏘기를 계속 즐기고 싶다.
활쏘기는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최적화된 운동이기도 하다. 사대에 서면 서로 대화할 일이 전혀 없다. 활을 메겨서 당기고 쏘는 순간에는 오직 침묵과 고요만이 있을 뿐이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모르긴 몰라도 급한 성격을 고치는 데에도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새해에는 활쏘기라는 운동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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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전공 박사과정 대학원생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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