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초고층 주상복합 엘시티.
권우성
다주택자에 대한 고삐를 조금이라도 늦추면 집값은 곧장 상승했다. 지난 2019년 부산 지역 집값 급등도 다주택자 규제 완화부터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11월 부산 해운대·영도·수영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면서 이 지역에서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면제됐다. 나름대로 집값이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1월 부산 수영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당 484만6000원이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이후 아파트 가격은 매달 급등세를 이어갔고, 2020년 11월 아파트 매매가는 ㎡당 728만9000원으로 올라섰다. 불과 1년새 아파트 값은 50.4%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도 12.9%로 높았는데, 수영구는 이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엄청난 집값 급등에 부산에 사는 한 40대 가장은 지난 2020년 10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부산은 조정지역 해제와 더불어 1년도 안돼 해운대 지역은 집값이 30~50% 이상 올랐고, 매도호가가 경쟁하듯 오르고 있다"며 설익은 정부 대응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다주택자 매도 비중 늘고 있는데 양도세 완화? "매물 잠김 심화 될 것"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이 식으면서 집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은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다주택자 매도 비중은 지난 7월 32.3%에서 8월 33.4%로 늘었고 9월엔 35.6%까지 상승했다. 다주택자 매도 비중은 10월 36.6%까지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준다면 다주택자 매도 비중이 줄고,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변화가 현실화 한 만큼 내년 대선 이후 세제 변화를 기다리며 계속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다주택자 중과가 유예 되는 순간, 즉각 호가는 올라가면서 매물은 없어질 것"이라며 "양도세 유예만을 기다리는 부동산 투자자들도 많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8월 이후 주택 매도에서 다주택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다면 그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격"이라며 "양도세 중과 유예로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보다는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원칙이 흔들리고, 통제권을 잃게 되면서 부동산 투기 현상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과거 양도세 중과 유예, 두 번 모두 효과 없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