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늑대거미의 어부바꽁무니에 동그란 알집을 붙이고 다니며 부화한 애거미를 업어 키운다.
이상헌
적갈색의 몸매라서 땅에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생긴 것은 약간 무섭지만 여러 해충들을 먹고 살면서 생태계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동시에 조류와 같은 상위 포식자의 먹이가 되므로 자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곤충은 '앞가슴+가운뎃가슴+뒷가슴'의 구조를 가지며 각각의 가슴에서 한 쌍의 다리가 나오기에 모두 해서 6개의 발이 있다. 8개의 다리가 있는 거미류는 곤충이 아니며 절지동물로 분류한다. 보통 사람들은 거미나 곤충이나 모두 하찮은 벌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새끼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몇몇 벌레를 살펴보면 미물이라는 인식이 조금은 바뀔 것이다. 수중 생활을 하는 곤충 중에서 부성애로 이름난 곤충에는 물장군과 물자라가 있다. 짝짓기가 끝난 물장군 암컷은 수초에 달라붙어 꽁무니에서 거품을 내며 알을 낳는다. 수놈은 그 위에 올라가 암놈이 산란을 마칠 때까지 보호한다.
약 80여 개 정도의 알을 다 낳으면 갑자기 수컷의 태도가 돌변하여 암컷을 쫓아낸다. 왜냐하면 허기진 암컷이 낳은 알을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물장군이 성충으로 자라나는 확률은 30퍼센트 정도이므로 수컷은 정성을 다해 알을 돌본다. 수시로 물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알에 물을 묻혀서 건조를 막는다. 약 2주 후면 새끼가 태어나 세대를 이어간다.
물장군의 사촌인 물자라 수컷도 비슷한 생활사를 갖고 있는데 암놈이 자신의 등판에 산란하게 하여 어부바를 한 상태로 새끼들을 돌본다. 평소에는 물속에서 작은 어류나 양서류를 먹고 살지만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서 물 밖이나 수면에서 알을 지킨다.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다.
송장 분해자가 없어지면 사람도 사라진다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는 송장벌레도 새끼를 돌보는 곤충이다. 넉점박이송장벌레는 낮에 땅 속에 숨어있다가 밤에 활동을 하는데, 동물이 죽으면 어느샌가 나타나 시신 밑의 땅을 파고 흙으로 덮는다. 어미는 입과 꽁무니에서 사체가 썩지 않도록 방부액을 뿌리며 동그란 경단으로 뭉친다.
짝짓기 후 이 살점 덩어리에 알을 낳고 입에서 게워낸 반쯤 소화된 먹이를 속에 넣어둔다. 부화한 새끼는 이 영양액을 먹으면서 자란다. 어느 정도 자라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어미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이유식인 셈이다.
이는 아마도 어미의 몸 속에 있는 공생관계의 균과 방부제 성분을 같이 섭취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어미가 주는 먹이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 2주일간 돌보면 땅 속에서 번데기가 되고 일주일 후 어른벌레로 탈바꿈한다.
한편 우리나라와 일본, 러시아 연해주에서 볼 수 있는 꼬마검정송장벌레는 곤충계의 뻐꾸기다. 다른 종의 송장벌레가 만들어 놓은 사체경단 속에 알을 깐다. 성충의 등판에는 마찰음발생기(stridulation)가 있으며 날개를 비벼서 경고음을 낸다. 동족간의 통신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며 위험을 느끼면 죽은 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