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1911)경복궁 전각을 헐어 1926년 총독부 신청사가 들어서기 전까지 식민지배 본산이던 총독부는 남산 자락에 있었음. 당초엔 조선통감부 청사였음.
서울역사아카이브
박동완이 민중들의 설움과 아픔을 달래주는 글 몇 편을 소개한다.
추색(秋色) - 가을빛
꽃과 같이 사랑을 받을 청년들아 그대들은 이 우주 사이에서 그대들을 참으로 사랑하는 자와 거짓 사랑하는 자기 있는 것을 깨달았는가? 꾀꼬리 같이 벗 찾는 자의 소리가 있는 것을 들었는가?
머리에 기름을 반지르하게 바르고 얼굴에 분을 횟바가지 같이 입히고 청루에 높이 안겨 먹고 마시기를 권하는 것이 그대들을 돕듯이 사랑하는 듯 하나 이것이 참사랑이 아니라 패가망신 시키는 사랑이며(…) 그런즉 이 세상에 우리를 참으로 사랑하며 참으로 붙드는 자가 누구인가. 곧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자기 몸을 희생시킨 예수 아닌가.(…)
우리가 참사랑을 받고 참 붙드심을 입으려 하면 그 지나가는 길이 심히 험하고 그 책임이 매우 중하여 능히 감당하기가 어려우나 그러나 만일 예수께서 자기의 생명을 버리도록 우리를 사랑하신 것을 생각하면 어찌 어려움이 있으리오.
그런즉 우리가 그 사랑을 받고 그 붙으심을 입고 이 세상을 지나가려면 삼복의 고열보다도 더 괴로울 것이며 엄동의 맹렬한 바람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시험을 당할지나 가을같이 서늘한 때를 만날 수가 있으며 봄 같이 화려한 동산에서 기쁜 날을 당할 때가 멀지 아니하리니 제군은 이 세상 헛된 사랑에 빠져서 허영심을 좇지 않고(…) 사랑을 주시니 끝까지 믿고 이 세상의 어두움을 면하고 광명한 주의 빛 아래 평안한 복을 누릴 지어다.(현대문 정리)
박동완은 향락에 빠진 청년들에게 허영심을 쫓지 말라고 격려하면서, 화려한 동산에 기쁜 날을 맞을 때가 멀지 않다고 당부한다. 직설적인 표현이 금제된 식민지 청년들에게 은유적으로 민족해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주석 5)
사조(祠藻)
一. 연연히 피어 상받던
붉은 꽃도 가는 비 부는 동풍
사정 없이 부딪펴 내리닛가
불과 열흘 다 못되어
분분이 떨어졌고나
불지 말아
二. 솔로몬의 영화로도
들어선 백합꽃만 못하였고
골리앗의 자랑하던 용맹도
다윗의 물매 돌 하나로
쳐이 괴여 멸하였도다
조급말라
三. 부운 같은 인생으로
이 세상을 춘몽속에 보내어
뜬 구름과 흐르는 물 같은
색스에 춤같이 취하야
깨지못하는 인생들아
목덕하라
四. 검은 구름이 아무리
붉은 햇빛을 가리울지라도
광풍이 일어나 맹렬히 불면
검은 구름 쫓겨가고
붉은 햇빛 다시 온다
낙심 말라
五. 욕정이 비록 영혼을
유혹하여 해롭게 할지라도
성신이 광풍같이 임하샤
마음을 씻어 정케하면
새 생명 다시 얻는다
소망 있다. (주석 6) (현대문 정리)
위의 사조는 내용도 인상적이지만 본 사조를 <기독신보>에 실을 때 글자의 배열 방식을 종횡으로만 배열한 것이 아니라 조합된 글자들이 위로 향하는 화살표 모양으로 배열함으로써 소망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각적으로도 디자인의 요소가 가미된 이러한 표현 방식은 당시에도 획기적인 편집이라 볼 수 있다. 절대적 절망의 시기였던 일제강점기 1916년 그의 '사조'라는 시에서 자연과 인생을 대비함으로써 기독교 세계관에 입각하여 민족의 희망을 노래하였다. (주석 7)
주석
4> 서광일, <기독신보의 사료적 가치>, 박재상ㆍ임미선의 앞의 책, 112쪽, 재인용.
5> <기독신보>, 1916년 8월 30일.
6> 같은 신문, 1916년 6월 7일.
7> 박재상, 임미선, 앞의 책,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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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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