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은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에도 점점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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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방역 완화와 강화의 반복은 필연적이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위드 코로나' 성공 모델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위드 코로나 이후 감당할 수 있는 (코로나19)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 시행을 한 이후에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점진적 방역 완화', '코로나19 의료 대응 체계 개선'을 일관되게 이야기해왔지만, 정부는 이를 간과한 채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했다.
이후 의외의 후폭풍을 맞이하게 된다. 고령층의 돌파감염과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오히려 '치명률'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위드 코로나 이후 치명률이 하락했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0월부터 점점 치명률이 상승하더니 1.36%(14일 기준)까지 증가했다. 0.26%인 영국과 비교했을 때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10월부터 이미 고령층 감염이 늘어나면서 치명률이 상승하고 있었음에도, 추가접종이나 의료적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단계적 일상회복'을 강행한 것이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최대한 사망자를 줄이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면 성공하는 것"이라며 "어쩔수 없이 방역 강화와 완화의 사이클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맞지만, 한국의 일상회복 국면은 너무 나쁘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 이후에 병상 대기하는 환자들, 재택치료 하다가 증상이 악화된 환자들이 사망하는 경우는 의료 대응 체계 미비로 인한 사망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병상 동원 행정 명령을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7차례나 내렸다. 진작에 행정명령이 내려 병상들이 준비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재택치료 또한 마찬가지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갑자기 모든 확진자에 대해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부터 고연령층이나 고위험군을 제외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직 길은 있다... 위기 이후 다시 안정세 접어든 국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