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동해안의 별미 중 별미로 불리는 대게찜.
경북매일 자료사진
비싸지만 겨울이 가기 전 한 번은 먹어야지... 대게
넓직한 등딱지와 쭉쭉 뻗은 긴 다리. 불판 위 솥에 담겨 열을 받으면 먹음직스런 붉은색으로 변한다.
다른 먹을거리에 비해 비싼 가격이지만 한 번 맛보면 그 자연스런 달큼함을 담은 하얀 속살에 매혹되지 않기가 힘들다. 남녀노소 불문이다.
동해안 곳곳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어시장. 그곳을 생활의 근거지 삼아 살아가는 어민과 상인들은 겨울이 왔다는 걸 대게 경매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 안다. '두산백과'는 대게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겨서 대게라고 부른다. 껍데기는 둥근 삼각형으로, 수컷이 암컷에 비해 크다. 깊이 30∼1800m 바다의 진흙 또는 모래바닥에 산다. 암컷과 수컷의 서식처는 분리돼 있다. 긴 사각형의 그물을 대게가 지나는 길목에 수직으로 펼쳐 잡거나, 통발을 이용해 포획한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어획된다. 양식은 불가능하다. 동해, 일본,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에 분포한다."
경북 포항, 영덕, 울진 등 경북의 지자체들은 저마다 "우리 고장에서 맛보는 대게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지역의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한 수사(修辭)에 가깝다는 게 많은 이들의 견해. 지척의 바다에서 잡은 것들이니 포항 구룡포, 영덕 강구항, 울진 어시장에서 먹는 대게의 맛에 큰 차이는 없다. 한마디로 다 맛있다.
통상 쪄서 먹지만, 살아 있는 대게의 다리를 정갈하게 손질해 레몬 조각을 띄운 얼음물에 내오는 대게 회를 동해안 겨울 별미로 손꼽는 미식가들도 있다.
어린애들은 녹인 치즈를 얹은 대게에 입맛을 다신다. 지난주 기자가 찾아간 식당. 입에 대게 살을 잔뜩 묻힌 채 "랍스터보다 맛있어요"라는 대여섯 살 아들을 보며 젊은 엄마가 환하게 웃었다. 아이 입에 좋은 음식이 들어가니 자기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듯.
근사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분위기를 포기한다면 비교적 저렴하게 대게를 맛보는 방법도 있다.
포항 죽도시장엔 1층에서 자신이 먹을 대게를 골라 2층 식당에서 1인당 4000원의 자릿세를 내고 동해의 거울 진미를 즐기는 이들이 흔하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포항운하의 경치는 덤이다.
주머니 사정은 정말 여의치 않은데 대게는 꼭 먹고 싶다면, 늦은 오후에 어시장 공판장 주위 곳곳에 진열된 대게를 구입해 집에서 쪄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리 한두 개가 떨어진 것들이지만 그게 맛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집에서 요리할 땐 게의 배가 위로 오도록 해서 20분쯤 찌면 된다"는 것이 상인의 설명. 나 역시 이런 방식으로 먹어봤다. 조금은 번거롭지만 싸게 먹은 대게의 맛도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