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남소연
장 의원은 그동안 "여성 폭력 관련 통계가 매우 분절적"이라는 문제의식을 키워왔고,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지난 10월 1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장 의원은 류근관 통계청장에게 "지난 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했는지 아냐"고 물었다. 류 통계청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알기 어려울실 겁니다. 믿을 만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리 범죄 통계는 개개인의 피해 양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형법 체계에 맞춰져 수집되고 있습니다. 1명의 피해자가 (스토킹,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러 젠더폭력 피해를 입었어도 각각의 폭력이 분절돼 통계가 작성되기 때문에, (개인에게 가해진 폭력의 유기적인) 파악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2021년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 감사 중)
장 의원은 "소상공인기본법 개정안이 젠더폭력 전반에 대한 유기적 통계를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젠더폭력이라고 하면 흔히 가정폭력·친밀한 관계 폭력만 주로 생각하는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폭력도 젠더라는 요인으로 유의미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걸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여성 자영업자 부문에서라도 '공신력 있는 통계'라는 좋은 선행 사례를 남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태 파악 다음이 대안 마련이다. 장 의원은 "예를 들면 여성 자영업자들을 위해 CCTV를 설치한다거나, 실태 파악을 위한 인력을 고용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에 수반되는 재원이 있을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원 확보의 주체자가 되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법안 발의는 시작이다. 본회의 통과가 관건이다. 장 의원은 "오마이뉴스가 처음으로 여성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젠더폭력을 취재해 기획기사로 내보냈다, 이처럼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중요하다"라며 "또 대선 시기이니 만큼 여성의 안전 이슈는 굉장히 주목받게 될 것이다, 디지털 성폭력은 물론 여성 자영업 젠더 폭력도 함께 주목받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이 법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다루게 될 텐데, 같은 당 류호정 의원이 산자위"라며 "류 의원과도 교감을 나누고 다른 동료 의원들과도 공감대를 만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젠더폭력인데 젠더를 빼고 말하라고요?"
하지만 왜 여성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등을 하느냐는 반발이 제기될 수도 있다. 여성 자영업자보다 피해 규모는 적지만 남성 자영업자 또한 '업무방해' 등 폭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리부트(대중화) 시기를 겪고 나서 다양한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를 마주하고 있죠. 젠더폭력인데 젠더를 빼고 말하라는 요청이 요즘 백래시의 중심 주장인 거 같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피해에 대한 접근이고 여기서 젠더를 호명하는 건 (범죄 피해자가 여성인) 젠더가 유의미한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또렷하게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한 목소리들을 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의 문제니까요. 상식적인 목소리가 시간이 걸려도 힘을 얻는다는 것을 함께 보여주는 수밖에 없죠."
그 힘을 모으기 위해, 장 의원은 여성 자영업자 당사자를 만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에 있는 여성 자영업자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자 합니다. 여성 자영업자 젠더폭력 당사자의 목소리를 국회가 받아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젠더폭력이 개인화되다 보니까 사회적 의제로 다뤄지고 해결될 수 있다는 자각 자체를 못하실 수 있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분명히 사회 구조적 의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국회에서 첫걸음을 떼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차별의 문제임에도 폭력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하는 건 사실 굉장히 비극이죠. 하지만 가장 먼저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성 자영업자에 대한 젠더폭력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처음을 잘 열어야 다음 사람은 또 다른 처음을 열 수 있겠죠. 그런 절박함으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얘기해나가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
공유하기
장혜영이 택한 숫자 '64'... 그 뒤에 숨겨진 의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