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장공 김재준 목사를 모시고 강원도 여행에서
김거성
- 고문기술자 이근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던 전광훈, 모두 목사라고 한다. 또 과거 공안검사이자 '황제의전'으로 유명세를 날렸던 황교안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한국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 문제점들을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문제는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부분을 보고 전체를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수가 3년 동안 공동생활을 하며 친히 가르치셨던 열 두 제자 중에도 가룟 유다와 같은 배반자가 있지 않았는가? 통계적으로만 보면 교인들 가운데 최소한 12분의 1은 문제적일 수 있다. 옛날에 어떤 며느리가 쌀을 대충 씻고 밥을 했더니 돌이 더러 씹혔다. 고약한 시어머니가 밥에 돌이 많다고 야단을 쳤다. 며느리의 대답의 걸작이었다. '어머님, 그래도 돌보다 쌀이 더 많아요.' 모든 종교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한국기독교가 문제점도 많지만 나는 도처에 신실한 목사와 신자들이 더 많다고 믿는다. 성경은 이들을 '숨은 의인들'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나는 앞에 언급된 교계 어른들을 가까이에서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건 전적으로 고 전학석 목사님 덕분이었는데, '목사에게 설교를 많이 또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설교한대로 실천하는 것'이라는 그 분의 가르침이 내게 평생의 과제가 되었다.
진정한 기독교 신앙은 어떤 무엇보다도 오로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다. 그렇게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 문제는 신앙과 생활의 괴리, 즉 실천하지 않는 죽은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 자신의 헌신이나 희생은 회피하면서 선전선동으로 남들 앞에서 지도자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진실한 신앙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독교의 본질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다."
- 최근 '과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브라질처럼 후퇴해 버리고 말 것인가?'라는 우려가 많은데 우리 국민과 정부는 어떻게 민주주의의 걸림돌을 제거 할 수 있을까?
"브라질 사례처럼 정치검찰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처럼 기울어진 권력기관들이나 일부 언론, 유튜브 등 SNS에서의 선전선동이 위세를 떨치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촛불' 정신이 이를 용인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정부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법률이나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도 그 성과를 보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오직 깨어있는 시민들이 선거나 권력, 기관 등의 제도의 사유화나 부패를 막아내고 공공성을 지켜낼 '희망의 근거'라 믿는다."
- 최근 적지 않은 20~30대가 기성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보수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보수나 우파나 진보 좌파야 선택할 가치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득권에 매몰되어 회칠한 무덤처럼 거짓과 위선, 자기모순이 판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한다. 이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갖춘 참된 민주시민으로 키워내지 못한 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라도 우리나라 교육이 개인적 인격의 도야나 자주적 생활능력 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기본을 찾아 나가야 한다."
- 목사님의 책에 가톨릭 신부님, 나아가 불교 스님까지 추천사를 써 준 것을 보고 놀랐다. 또 '심공'이라는 호까지 받았는데 맘에 드는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신 지선 스님은 지난 1987년 거제 옥포에서 처음 만나 뵌 이후 종단의 차이를 넘어 지금까지 민주와 개혁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 한완상 박사님이 나를 장공 김재준 목사의 제자라며 '긴 비움'(長空)을 이어 '깊은 비움'(深空)의 삶을 신나게 살라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게 여긴다."
- 책 제목이 '그날이 오면'인데 목사님에게 '그날'은 어떤 날이고 또 언제 '그날'이 온다고 보는지?
"성서에서 '그날'은 이른바 '크로노스', 즉 수평적인 시간상의 어느 특정한 시점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시간의 연속선상에 신이 수직적으로 개입하는 그런 현장, 즉 '카이로스'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굳이 설명을 보태면, 하나님의 뜻이 지배하는 상태를 '그날'이라고 하겠다. 나아가 누가, 어떻게, 또 무엇을 바꾸는가 하는 관점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열정적으로 '그날'을 갈구하며 실천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날이 바로 지금이기도 하다. 하나님 나라는 이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삶의 목표로 그들 가운데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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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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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깨어있는 시민이 공공성 지켜낼 '희망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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