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설명서집요했던 고민은 내가 가진 특성을 자세히 파악하도록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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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겪어나간다는 건, 남보다는 자신에 대해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 강점과 약점, 좋아하지만 잘할 수 없는 것과 비교적 쉽게 발전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추는 과정이다. 나는 현재의 나를 부정하고 새로운 나를 억지로 빚어내려 애썼는데, 결국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방향은 '나다운 나'를 발견하고 꺼내는 길이었다.
ADHD에 대해 일찍 알았다면 그 길이 훨씬 수월했을 거다. 통제되지 않는 증상을 겪는 ADHD인에게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대인능력이 중요하거나 직무 범위에 변화가 많고 유연한 대처 능력이 필요한 직종에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ADHD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다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능력들이 '불균형'하다는 점이다. 풍부한 '영감'은 최대 강점이고, 자기주도적·독립적으로 작업하는 일에는 뛰어난 편이다. 발상이 독특해서 남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개선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몰입 효과로 단시간에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직종이 중요한 건 아닐 거다. 모든 분야에 창의성은 필요하고, 각자가 선택한 자리에는 이유가 있으니. 안 되는 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틈새의 강점'을 살리는 작은 시도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면 조금은 숨쉬기 편할지도 모른다.
힘들 때마다 블로그에 비밀글로 내가 관찰한 그날의 나를 기록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바람을 적었다. 처음에는 이러이러한 점을 고치자는 말을 반복하다가 언젠가부터 이렇게 적고 있었다. '있는 걸 억누르고 없는 걸 만들려 하기보다 가진 걸 살려 쓰며 살고 싶다' 그 생각을 스스로 믿어주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하지만 ADHD라는 병을 모른 채 나를 분석한 시간이 헛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머릿속에 '나 사용설명서'를 구체적으로 써 나가면서, 자신을 지독히도 미워하고 가여워하던 마음에 조금씩은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무작정 나를 사랑하는 건 잘되지 않았지만,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내 다양한 면모를 생각해 보면 결국 보통의 인간일 뿐인 나를 감싸줄 수 있었다.
"더 나은 나가 된다는 건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에요. 결국 '정말 나다운 나'가 된다는 거예요." 김혜령 상담사의 말처럼, 더 낫게 살아보려 애쓰는 우리는 아직 꺼내주지 못한 자신을 발견해나가는 중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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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업을 망쳤군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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