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선생 입상서귀포 대정읍 추사관 옆 정원에 세워진 추사 김정희 선생 입상이다.
임경욱
추사관 뒤쪽에 그가 기거했던 초가집이 원형으로 복원되어 있어서 둘러봤다. 고증으로 정비된 곳이라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문간이나 세간이 낯설다. 돌담 밑에는 초겨울의 수선이 수줍게 꽃을 피우고 있다. 위리안치(圍籬安置)의 유배 중에 탱자나무 울 밑에 피었을 꽃이리라. 추사 선생이 유난히 좋아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의 입상이 세워진 정원이 그의 유배 생활만큼이나 휑하고 고적하다.
비운의 화가 이중섭을 만나다
오후에는 서귀포 시내에 있는 이중섭미술관에 들렀다. 이중섭 거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이중섭이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 1년여를 머물렀던 초가집이 있고, 서귀포극장과 정방동주민센터 사이 섶섬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중섭미술관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에선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특별전-70년 만의 서귀포 귀향'전이 열리고 있어서 관람객이 다소 붐빈다. 사전에 예약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고 이건희 회장과 그의 가족들이 소장했던 '섶섬이 보이는 풍경(1950년), 물고기와 노는 아이(1951년), 아이들과 끈(1955년), 해변의 가족(1953~1955년), 현해탄(1954년)'등 이중섭의 원화 12점과 만날 수 있었던 뜻하지 않은 행운의 시간이었다.
이중섭은 일제와 6․25전쟁의 암울한 시대, 아픔과 굴곡 많은 생애의 울분을 '소'라는 모티프를 통해 분출해냈다. 대담하고 거친 선묘를 특징으로 하면서도 해학과 천진무구한 소년의 정감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그가 추구했던 작품의 소재는 소·닭·아이들·가족 등이 가장 많다.
그는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고독, 그리고 절망을 그림으로 해소하려는 듯 격렬한 터치로 소를 그렸고,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도원과 같은 환상적인 이상세계를 화폭에 담았다. 소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갈등과 고통, 절망, 분노를 표현하고, 때로는 희망과 의지, 힘을 상징한다. 또한 소와 아이가 어울려 노는 장면을 통해 특유의 해학적인 웃음과 인간적인 정감을 드러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