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오름이 샛별처럼 떴습니다은빛물결이 출렁대는 새별오름이 제주벌판에 샛별처럼 반짝입니다.
임경욱
새별오름은 해발 519.3m, 높이 119m인 기생화산으로 분화구의 형태는 복합형이다. 오래전부터 가축을 방목하였으며 겨울이면 들불을 놓았단다. 이런 이유로 이곳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들불 축제가 열린다. 주차장 규모를 보니 축제 때 인파가 얼마나 몰리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주차장뿐 아니라 소방서, 보건소, 경찰서 등 각급기관의 막사도 주차장 옆에 상설되어 있다.
코발트블루 빛깔의 하늘 아래 억새로 덮인 오름은 그 은은한 색깔로 하늘거리며 춤인 양 노래인 양 온몸으로 산객들은 반기고 있었다. 오름 초입에서부터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탐방객이 줄을 지어 오르내리며 억새의 손짓에 말을 걸거나 함께 사진을 찍으며 화답한다. 더없이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잘 정비된 등반로를 따라 30분 정도를 오르니 정상이다. 평일인데도 많은 산객이 오름을 찾았다. 그 누군들 여유와 쉼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정상 언저리에 아내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땀을 식혔다. 멀리 펼쳐진 바다가 하늘보다 더 푸르다.
아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아내와 나는 오래도록 그렇게 앉아 바다와 배들과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화조원이 눈에 띄어 들렀다. 애기동백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을 뿐 꽃들은 보기 힘들고 대신 남아메리카의 칠레나 페루, 볼리비아의 안데스산맥 어딘가에서 왔을 알파카가 우리를 반긴다.
독수리, 매, 수리부엉이 등 맹금류가 쇠줄에 발목이 묶인 채 우두커니 앉아 오가는 사람을 바라본다. 그들은 이미 비행 방법도 먹이를 잡는 방법도 잃은 지 오래일 것이다. 유리온실에 들어서니 사랑앵무새가 우르르 몰려와 조잘거리다가 먹이만 받아먹고 나뭇가지로 날아가 버린다.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제주살이 4일째는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두세 종류의 새들이 매일 아침 숙소 옆 대숲에 찾아와 모닝벨이 되어 준다. 울음소리를 들어도 무슨 새인지 몰라 답답하다.
사전을 뒤적여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쑥새, 바다직박구리, 오목눈이, 동박새, 섬휘바람새, 흰배지빠귀, 청딱다구리 등이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텃새들이다.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침 겸 점심을 대충 때우고 삼별초가 최후까지 대몽항쟁을 벌인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찾았다. 1270년(원종 11) 2월 고려 조정이 몽골의 침입으로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강화에서 개경으로 환도하자, 이에 맞서 김통정을 총수로 한 삼별초가 여몽연합군에 최후까지 항쟁하다 1273년 전원이 순의한 삼별초의 마지막 보루이다.
해발 190~215m 지점에 있는 항파두리 토성은 1271년 여몽연합군에 대항하던 삼별초군이 진도에 용장성을 쌓고 주둔하며 활동하다가 여몽연합군에게 쫓겨 같은 해 9월에 제주도로 들어와 군사력을 재정비하는 시기에 축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