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5개 사회단체와 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의료연대본부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위기 실태를 증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가영
"양수가 터진 긴급 상황의 한 확진자 산모가 와서 서울대병원도 (병상) 돌려막기를 하며 겨우 받았다. 도착 15분 만에 출산을 했다. 원래 다니던 병원이 '병실이 없다'고만 답해 겨우 찾아 왔다고 했다."(최은경 간호사)
"당뇨 질환을 가진 70대 할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상대기 중인데, 입원해야 할 상황임에도 집에서 2~3일 째 확진된 가족과 같이 대기 중이다. 폐렴 증세가 악화하면 달리 대책이 없다."(경기북동부 한 재택치료관리 의사)
"46명이 확진된 경기북부의 한 요양원은 확진자인 요양보호사가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다. 환자가 환자들 돌본다. 요양보호사는 의료인도 아니다. 20명 정도가 입원 대기 상태다."(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
코로나19 감염자 급증과 병상 포화상태가 심화되면서 한국 사회가 의료 붕괴 직전에 놓이자 현장에선 정부의 '땜질식 대응'을 비판하는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민간 병상 동원율을 높이는 행정명령을 당장 발동하고 강력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공공의료체계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등 5개 사회단체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의료연대본부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위기 실태를 증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사회 코로나19 의료 대응 역량은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고 밝혔다.
공공병상은 이미 포화상태다. 코로나19 중증 확진자도 신속히 치료받지 못하거나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일반 환자들도 입원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형준 위원장은 "생활치료센터에 가야 할 사람들은 집에 있고, 입원 병상에 있어야 할 사람들은 생활치료센터에 있고,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환자들은 일반병실에 있고, 중환자실은 포화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80세 이상 고령 확진자 경우 치료가 쉽지 않고 치명률도 높으니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등에선 소생치료거부(DNR)에 동의해야 전원을 해준다든가, 산모나 급성녹내장 환자 같이 사전 응급 처치가 필요한 확진자에겐 사전 치료를 포기한다는 증명서를 받아야 입원을 받아 준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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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상급종합병원은 병상이 남아도 이런 환자를 잘 받지 않는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최은영 간호사(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코로나병상 열두 병상 중 여섯 병상에 산모들이 입원한 적이 있다. 원래 차병원, 성모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았다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서울대병원에 왔다'고 하더라"며 "장 폐색인 응급 상황에도 자택에 대기하다 입원한 환자는 고도비만에 고혈압, 당뇨 등 질환이 있었다. 대기를 하다 고열이 올라 '제발 생활치료센터에 보내달라'고 호소했는데 보건소는 '고위험이니 병원에 가시라'고 답했다. 그렇게 4일을 대기하다 겨우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늘어나니 중환자실이 빈다. 결국 이렇게 병상이 돌아가네."
정형준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진으로 70명 넘게 사망자가 나왔던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의사가 해준 말이라며 "현장에선 끔찍한 사태를 연이어 보면서 죽음의 사이클에 대한 힐난이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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