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리단길의 고풍스런 한옥 지붕들.
경북매일 자료사진
'길은 길 위에서 끝이 없다'는 말이 있다. '길'은 '집'과 더불어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가장 주요한 공간 중 하나다.
길은 또한 변화의 장소다. 수백 년, 혹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고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내는 길은 없거나 매우 드물다. 시대와 세상의 흐름에 따라 길은 형상을 달리하며 시시각각 변한다. 그게 길의 타고난 운명이다.
한때는 호화찬란한 건축물이 가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길이 막막한 폐허가 되기도 하고, 인적 드문 곳에서 산새만이 조용히 지저귀던 오솔길이 거대한 도읍(都邑)의 광대한 길로 바뀌기도 했던 게 우리가 지나온 역사였다.
그래서 길을 살핀다는 건 축적된 인류의 문화를 탐구하는 것인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요긴한 수단이 되고 있다.
여기 명멸해온 '길의 역사' 속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상북도 경주의 '황리단길'이다. 경주 청년들은 물론 인근 대구와 부산, 멀리는 서울과 경기도의 젊은이들까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길'로 떠오르고 있는 서라벌의 핫 스폿(Hot spot).
차가운 하늘이 투명하게 푸르던 오후. 경주 관광의 핵심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는 황리단길을 찾아갔다.
최근 경주의 자랑으로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길'
지금으로부터 10~15세기 전. 아득한 기억의 저편에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고, 궁궐과 석탑, 불상과 금관 등 매혹적 조형물을 만들어냈던 신라. 그 문화재와 유적들은 고스란히 경주의 매력적인 관광 자산이 됐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거에 멈춰있거나, 지난날의 영화에만 의지해 현재와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역사의 손때 묻은 각종 국보와 보물이 신라의 옛 자랑이라면 황리단길은 2021년 현재 경주의 자랑이다.
이를 감안한 듯 경주시가 운영하는 인터넷 문화관광 홈페이지엔 아래와 같은 말로 황리단길이 지닌 위상이 설명되고 있다.
"황리단길은 경주에서 가장 젊은 길이다. 몇 해 전부터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분위기 좋은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점, 기념품 가게, 개성 있는 식당들이 생겨났다. 초기에는 도로변을 중심으로 상점들이 들어섰는데 황리단길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골목마다 개성 있는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길은 '핫'하다 못해 경주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코스가 됐다. 검색했던 카페를 찾아 가거나, 거닐다 눈에 들어오는 식당 문을 두드려 보거나, 경주 여행의 마지막 단계에 찾아가 경주를 기념하는 기념품을 찾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