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환자가 엿새 연속 700명대를 기록한 6일 밤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평택 박애병원에서 의료진이 음압병동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6.6%로 전일보다 더 높아졌다.
연합뉴스
- 병상배정팀 : 이OO 52세 남성, 3일전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우측 손목골절 발생하여 응급실 내원하였다가 코로나 확진되었습니다. 현재 발열, 기침, 몸살 증상 있고 골절된 손목은 임시고정 상태로 통증은 처음보다는 호전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자택 대기 중으로 입원 요청드립니다.
- 코로나진료병원 : 정형외과 수술 불가능하고 남자병실 자리도 없습니다.
- 병상배정팀 : 전달하겠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2년차 말인데 우리나라의 의료대응 수준은 나아진 것이 없다. 주기적으로 코로나 유행의 파고가 점차 더 높아지고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위드코로나'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병원치료를 받으려면 눈 포기, 아기 포기, 골절치료를 포기해야 입원이 가능하다. 80세 이상인 노인이라면 심폐소생술 포기(DNR)를 약속해야 경증 환자용 병상이라도 하나 얻어 숨찰 때 산소라도 마셔볼 수 있다.
장면 #4
- 병상배정팀 : 지금 119가 출동해서 산소는 일단 주고 있지만 산소포화도가 88%라고 합니다. 병원 이송이 필요합니다.
- 코로나진료병원 : 현재 본원 중환자실 자리 없습니다.
- 병상배정팀 : 이송 중 PEA발생하였다고 합니다.
(※ PEA : 모니터상 심전도 리듬은 보이지만 맥박은 촉지되지 않는 상태, 심정지에 준한 처치가 필요하다.)
이것은 코로나 폐렴이 진행하면서 남아 있는 정상 폐로 어떻게든 숨을 쉬기 위해 헐떡거리다가 더 이상 호흡근육을 움직일 힘이 없어지면서 가스교환이 되지 않아 혈액 속에 이산화탄소가 차오르고 산소는 부족해지면서 서서히 의식이 흐려지고 심장도 멈추게 되는 인간의 사망과정이 메시지로 생중계되고 있는 것이다. 연일 하루 사망자 수 역대최고, 위중증 환자 700명 이상, 중환자실은 포화라는 암울한 뉴스 뒤에는 이렇게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이 가려져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역학조사와 선제적인 PCR검사를 통해 적은 수의 확진자 규모를 유지하면서 모든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 공공병원 등에 격리수용하여 K-방역의 신화를 만들어 왔다. 이것은 성숙한 시민들이 방역지침을 잘 따르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업제한, 모임제한 등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자영업자, 영세중소상인들의 피눈물과 그로 인해 실직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2년간의 골든타임을 놓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