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경주 월정교의 야경.
경북매일 자료사진
'천년왕국' 신라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있는 경주는 '거리 자체가 박물관'이란 수식어에 맞춤한 도시다. 산처럼 솟은 거대한 왕릉과 역사서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사찰들, 곳곳에 산재한 석탑과 불상, 여기에 화랑도와 풍류정신같은 무형의 자산까지.
고고학자들에게는 신화적 상상력을 제공해 역사 탐구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고, 관광객들에겐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선물한 서라벌의 유적과 유물들. 이것들은 여러 말 할 없이 우리 민족의 소중한 보물들임이 분명하다.
친절한 택시기사가 데려다 준 그곳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이 한국 전체를 오랜 시간 지배하고 있는 시절. 주말이 아닌 경주시외버스터미널은 한산했다. 터미널에서 월정교까지는 버스를 이용해도 좋고, 택시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자가용 없이도 경주를 둘러보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다. 택시에 오른다면 목적지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없어서 힘들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60대 후반의 택시기사는 "앞으로는 조금씩 좋아지겠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어디를 가도 경주만한 관광지가 없잖아요"라며 애써 웃었다. 그는 경주에서 태어나 평생 경주에서 살았다고 했다.
왼편으로 월정교가 보이는 도로 한 편에 차를 세워준 택시기사가 미소로 여행자를 배웅했다. 근사한 모습으로 복원된 월정교로 들어섰다.
경주시 교동에 자리한 월정교는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다리. 역사의 비바람 속에 조선시대에 유실돼 사라졌지만, 신라 왕경 8대 핵심유적 복원 정비사업으로 지금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새롭게 복원된 월정교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18년 봄.
<삼국사기>엔 월정교가 경덕왕 19년(76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다리는 당시 서라벌 월성과 남산을 연결하고 있었다.
1984년과 1986년 2번에 걸쳐 진행된 자료 수집과 발굴 조사를 통해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가 현재 위치에 있었음이 확인된 바 있고, 이후 오랜 작업을 통해 길이 66.15m·폭 13m·높이 6m의 교량 복원이 이뤄졌다. 월정교는 국내에서 가장 큰 목조 교량이기도 하다.
월정교에서 바라보는 주위 풍광은 아름답다. 건너편 교촌마을의 한옥 기와가 다사로운 햇볕 아래 빛났고, 고목을 스쳐 지나는 바람 소리가 한낮의 고요함을 깨고 있었다.
연인이나 부부라면 낮에 보는 월정교보다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되는 밤의 월정교를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고전적 건축물과 현대적 빛이 만들어내는 낭만적인 하모니 곁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사진 한 장을 남겨도 좋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