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대지의 생명을 가득 담고 있는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자연의 기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계절도 생명도 드러나지 않는 무감한 매일의 밥에서 벗어나 가끔은 혼자서도 계절의 맛을 느껴보자. 철마다 나는 제철 채소를 맛있게 즐기는 법을 익혀 자연스레 채소 소비는 늘리고 육류 소비는 줄여 지구에는 도움을, 나에게는 기쁨을 주는 식탁으로 나아간다.[편집자말] 우리 집에는 냉장고가 두 대가 있다. 하나는 오피스텔에 빌트인으로 설치되어 있는 냉장고로 이 냉장고의 크기가 너무 작아 원래 쓰던 350L 크기의 냉장고도 가지고 들어왔다. 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충분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살다 보니 어느새 냉장고는 또다시 꽉꽉 들어찼다. 음식을 쟁여두지 말고, 특히나 1인 가구라면 1+1 행사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고 되도록이면 집과 가까운 시장이나 동네 마트에서 소량씩 자주 사는 것이 현명한 식재료 구매와 보관법이란 것을 알면서도 냉장고 비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냉장칸은 어떻게든 비운다 해도 골칫거리는 역시 냉동고다. 냉동만두 같은 인스턴트 비상식량과 언제 넣은 건지 기억도 안 나는 부모님에게 받은 떡, 언젠간 먹겠지 하고 넣어 놓은 남은 소스나 스튜, 고기까지. 여기에 얼음과 아이스크림까지 더해지면 냉동고는 그야말로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빵. 평소 밥보다 빵을 더 많이 먹을 정도로 빵을 좋아하는 탓에 냉동고에 빵이 남아 있어도 맛있는 빵집을 가면 꼭 한 번 먹을 분량보다 많은 빵을 사 와 냉동고에 보관하곤 한다. 빵과 떡은 냉장이 아닌, 반드시 냉동으로 보관해야 하는 음식이다. 특정 브랜드의 토스터를 수식하는 말 중에 '죽은 빵도 살려내는'이 있는데, 이왕이면 빵을 죽이지 않는 편이 좋다. '빵이 죽는다'는 것은 전분의 노화를 가리킨다. 빵을 구우면 밀가루 속의 전분이 호화가 되어 부드러워지는데, 이렇게 호화된 전분을 오래 방치하면 아밀로오스 분자 사이에 수소 결합이 재형성되어 새로운 결정 상태로 돌아간다. 이를 '빵이 노화된다'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샀을 때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던 빵이 실온에 오래 두면 상하기도 전에 뻣뻣하게 굳는 것이다. 빵이나 떡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이 노화를 촉진하는 일로 맛없는 빵과 떡을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전분의 노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영상 60도 이상, 영하 20도 이하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기에, 빵과 떡을 랩으로 잘 감싸 수분 손실을 막고 밀폐 용기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해동해 먹으면 그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냉동실에 빵을 보관한다 해도 삼개월 이상 지나면 먹지 않는 편이 좋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냉동고를 정리해야 한다. 터져나가는 냉동고를 보며 이번 주말은 '냉장고 털기'로 밥상을 차리기로 결심하고 오래된 빵들을 꺼냈다. 오븐 토스터에 구워 먹는 것보다 한 번에 더 많은 양을 소비하기 위해 결정한 메뉴는 '브레드 푸딩'. 브레드 푸딩은 마른 빵에 달걀과 크림 등의 반죽을 부어 촉촉하게 다시 굽는 음식으로 바나나나 건포도 등의 과일과 마른과일, 견과류, 설탕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하다. 달콤한 브레드 푸딩보다는 짭짤한 브레드 푸딩이 식사 대용으로 좋겠다 싶어 레시피를 찾다가 건강한 메뉴로 유명한 셰프 '요탐 오토렝기'의 '치즈와 로즈메리 브레드 푸딩' 레시피를 발견했다. 원 레시피에서 재료나 방법은 조금씩 바꿨지만 진한 치즈의 감칠맛과 로즈메리의 향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오븐을 돌리는 동안 집안 가득 퍼지는 냄새가 기분을 따뜻하게 하는 브레드 푸딩. 오븐이 없다면 오븐 토스터나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도 좋으니 냉동실에 남은 빵이 처치 곤란이라면 새로운 메뉴로 탄생시켜 보자. 큰사진보기 ▲완성된 브레드 푸딩강윤희 🍞 치즈, 로즈메리 브레드 푸딩(2~3인분) - 재료 사워도우나 바게트빵, 시골빵, 호밀빵 등 200g, 우유 2컵, 생크림 1/2컵, 생로즈메리 2줄기 혹은 마른 로즈메리 적당량, 양파 1/4개, 시나몬파우더나 넛맥 약간, 달걀 4개, 리코타치즈 100g, 파르메산치즈 50g, 부추나 쪽파 적당량, 올리브유·소금 적당량씩, 후춧가루 약간 * 흔히 식사빵이라고 부르는 하드 계열의 빵을 사용해야 한다. 바게트나 깜빠뉴(시골 빵)처럼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 좋다. - 만들기 1. 남은 빵의 자투리나 냉동실에 보관했던 빵을 2~3cm의 도톰한 두께로 자른 뒤 적당히 해동하고 오븐 토스터 등에 낮은 온도로 말리듯 10분가량 굽는다. 2. 양파는 얇게 슬라이스하고 부추나 쪽파는 송송 썬다. 3. 소스팬에 우유와 생크림, 로즈메리와 양파, 시나몬파우더를 넣고 약한 불에서 끓인다. 시나몬파우더 대신 넛맥이나 올스파이스를 사용해도 좋다.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한 김 식힌다. 양파와 로즈메리를 체에 걸러 향만 내도 좋고, 취향에 따라 양파는 브레드 푸딩에 같이 넣어도 된다. 4. 볼에 달걀,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잘 저은 뒤 3을 조금씩 넣어가며 잘 섞어 아주 묽은 커스터드를 만든다. 달걀이 익지 않도록 3을 적당히 식힌 뒤 넣는 것이 중요하다. 5. 리코타 치즈에 파마산 치즈 간 것과 부추를 넣고 잘 섞는다. 큰사진보기 ▲리코타치즈에 파마산치즈 간 것과 부추를 넣고 잘 섞는다. 냉장고에 있던 블루치즈를 추가했다.강윤희 6. 팬에 빵을 가지런히 담고 5의 치즈 반죽을 올린다. 냉장고에 있는 다른 치즈들을 추가해도 좋다. 큰사진보기 ▲커스터드를 붓고 10분간 실온에 그대로 둔다.강윤희 7. 커스터드를 붓고 10분간 실온에 그대로 둔 뒤 팬을 포일로 감싸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15분간 익힌다. 호일을 벗겨 다시 30분가량 구운 뒤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크림이 묻어나지 않으면 오븐에서 꺼내 10분가량 식힌다. 식은 브레드 푸딩 위에 올리브유를 발라낸다. 큰사진보기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브레드 푸딩강윤희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죽은빵 #냉털 #브레드푸딩 #오븐요리 #간단베이킹 추천9 댓글1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강윤희 (mayomayot) 내방 구독하기 FOOD WRITER 이 기자의 최신기사 오징어 유니버스의 붕괴와 통오징어 튀김 구독하기 연재 제철 1인 식탁 다음글16화생강, 생각보다 좋은데? 호불호 강한 향신료의 마법 현재글15화처지 곤란 냉동실 빵으로 만든 신메뉴 이전글14화색다르고 간편한 샐러드,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요? 추천 연재 최병성 리포트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이야기 "사과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날 서점은 눈물바다가 됐다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SNS 인기콘텐츠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이충재 칼럼] '김건희 나라'의 아부꾼들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한강, 노벨상 수상 후 첫 공개행보 "6년간 책 3권 쓰는 일에 몰두"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처지 곤란 냉동실 빵으로 만든 신메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7화크리스마스·연말 분위기 물씬, 달콤한 겨울 샐러드 16화생강, 생각보다 좋은데? 호불호 강한 향신료의 마법 15화처지 곤란 냉동실 빵으로 만든 신메뉴 14화색다르고 간편한 샐러드,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요? 13화군밤으로 수프를?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