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정인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자연묘지에 지난 1월 5일 오전 추모객들이 적은 추모글과 함께 간식, 장난감이 쌓여 있다.
권우성
키 79cm, 몸무게 9.5kg의 여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도망치기 어렵고, 췌장 등이 손상돼 쇠약한 상태.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는 장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설명하며 정인이의 지난해 10월 사망 당시 상태가 언급되기도 했다. "성인과 달리 복벽이 얇고 지방조직이 적어 공격 받을 경우 비틀거나 충격을 회피할 방어기제가 없어 충격을 그대로 받게 됐다"며 학대 당시 폭력을 방어할 수 없는 정인이의 상태도 함께 설명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씨의 미필적 고의로 인한 살인죄를 인정하면서도, 치밀한 계획없이 저지른 범죄인만큼, 사회와 영원히 격리되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기엔 "죄형균형원칙에 비춰 정당화될 객관적 사정이 명백하지 않다"고 봤다. 장씨 개인의 문제 뿐 아니라, 아동 학대를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양형을 다시 판단해야한다고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강경표 배정현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행 중 피해자의 췌장이 압착될 정도로 2회 이상 물리력을 행사해 살해했는데, 그 자체로 잔혹한 범행"이라면서도 "피고인은 스트레스를 통제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고, 심리적 특성이 폭발적으로 발현돼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에 (피고인의) 잔인하고 포악한 본성이 발현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피고인은 만 35세로 장기 수형생활을 통해 잘못을 깨닫고 조금이나마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출소 후 재범 위험이 분명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한 "사회적 공분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양형에 그대로 투영할지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면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보호체계가 철저히 작동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개선하고, 피해자가 망각되지 않도록 결과와 문제점을 분석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장씨의 학대를 방치해 유기 방임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을 받은 양부 안아무개씨에 대해선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장씨의 기분을 살펴 오랜 기간 학대를 방관했다"며 1심과 같은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추모 시민들 격분 "정인이에게 부끄럽다"... 호송차 결국 뒷문으로 빠져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