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섭 연출가(왼쪽)가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자원봉사로 참여해 발굴단이 파낸 흙을 밖으로 퍼 나르고 있다.
임재근
출연 배우는 임은희, 김요섭, 이예진, 한윤제, 김명주, 윤수진, 김용우, 이건호, 이조희다. 그중 임은희는 유족회장인 김미진 역을, 김명주는 어린 유족회장 역을 맡았다. 유족회장의 아버지인 김종수 역은 한윤제가 맡았다.
주인공인 유족회장 김미진은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미경(전숙자) 회장을 모델로 했다. 전미경 회장은 지난 2017년에 <진실을 노래하라>는 제목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 가사 중 일부는 전 회장의 시를 사용하기도 했다.
시집을 낼 당시까지 전 회장이 써왔던 이름은 '전숙자'였다. 하지만 이후 '전미경'으로 개명했다. 이유는 전 회장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미경'이었지만, 이름을 등록하러 면사무소로 갔던 이장이 이름을 까먹고, 당시 흔한 이름이었던 '숙자'로 신청하면서 평생을 '전숙자'로 살아왔다. 하지만, 늦었지만 남은 생이라도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에 '전미경'으로 개명했다.
극은 현재의 유족회장과 어린 시절 유족회장이 시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하고, 때로는 시간을 초월해 함께 노래하고, 대화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누명을 쓰고 학살당해 겪어야 했던 온갖 고난은 공연을 지켜보는 이들조차 힘겹게 만들었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며, 아버지가 포승줄을 풀어내는 장면은 죽었던 아버지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은 죽었던 아버지를 되살릴 수 없었다.
극중 주된 장면 중 하나는 유해 발굴 현장이다. 유해를 발굴하면서 노래하는 굵직한 '진실규명' 목소리에서 결기를 느낀다. 이 사건을 취재하는 후배 기자에게 선배 기자는 암울한 과거는 잊어버리고, 지금 시대 구미에 맞는 강력범죄 기삿거리나 찾으라고 요구한다. 후배 기자는 "집단학살! 이게 국가의 강력범죄가 아니고 뭐겠냐"고 맞선다. 결국 선배 기자는 후배 기자를 따라 유해 발굴 자원봉사에 동참하고 변화한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그리고 관심은 진실을 찾는 움직임으로 발전한다. 결국, 이 공연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김요섭 연출가는 "땅 아래 묻힌 자들과 아직 땅 위에 남아 있는 유가족들의 곡소리는 진실의 빛이 환하게 밝혀질 때에 비로소 멈출 것"이라며 "약 80분간의 뮤지컬 공연에 그들의 곡소리를 모두 담기는 어렵지만, 이 공연을 통해 어둠 속에 묻힌 희생자들분들에게 진실의 빛이 한줄기라도 더 비추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남아 계신 유가족분들의 상처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가 함께 아파해야 할 이야기를 모르는 관객들에게 본 공연을 통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과거의 아픔에 관심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