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독서록에 댓글을 달아줍니다.
진혜련
그렇다면 댓글은 무엇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나는 일단 힘을 빼고 부담 없이 쓰려고 했다. 부모로서 그럴듯한 말을 멋지게 해주려고 애쓰기보다는 일상에서 대화하듯, 문자를 주고받듯, 편하게 썼다.
작은 것이라도 아이의 생각과 표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줬다. 아이가 쓴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하고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을 쓰기도 했다. 책을 가운데 놓고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기에 할 이야기는 자연스레 많았다. 다음은 내가 아이 독서록에 남긴 댓글들이다.
"엄마도 이 책 읽고 너무 감동 받았어. 도현이랑 나란히 누워 매일 읽고 싶은 책이야."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해 살고, 다음 세대에게 100년을 넘겨준다는 도현이 생각이 너무 훌륭하다. 도현이는 어른보다 깊은 생각을 할 때가 있다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들기 전, 가필드 책을 펼치는 도현. 그렇게 재밌니?"
"좋아하는 것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기발한 생각이네. 사진과 상상이라니! 도현이는 행복해지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아이야."
댓글의 핵심은 가르침이 아니라 사랑과 지지의 표현이다. 댓글은 아이에게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자기 생각을 존중해준다는 의미로 가닿아야 한다. 사실 댓글은 그저 아이에게 칭찬과 격려, 응원을 전하는 통로의 역할만 해도 좋다.
아이 글 아래 '잘했어', '열심히 했구나', '수고했어', '멋지다', '사랑해', '네가 자랑스러워' 등의 문장을 부모의 손글씨로 적어주기만 해도 아이 마음에는 사랑이 스며들어 안정감을 느끼고 아이의 자존감은 올라간다.
나는 몇 달 전 서울대생의 인터뷰 기사 '
나는 왜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불행했나'를 보다가 크게 공감되는 말이 있어 메모장에 따로 적어둔 적이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학습 코치가 아닌 정서적 지지자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이었다.
인터뷰이는 자녀 입장에서 진정으로 자신의 성장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 부모의 역할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와 학부모를 만나본 나의 경험을 돌이켜 보아도 그렇다. 부모의 따뜻하고 다정한 응원만큼 아이에게 좋은 교육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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