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연방 대학교에서 국가별 발생현황 통계를 취합했다. 중남미 풍토병 지역에서 북미, 유럽,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 등지로 감염자 이동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론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 2019)
Lidani 외 6명
그렇기에 샤가스병은 속칭 부자 국가라고 하는 미국, 유럽 등의 지역에서는 관심 밖 일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해외 여행이 많아지고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점차 발생 범위를 확장했다. 프론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실린 샤가스병 연구자료(2019)를 살펴보면 중남미의 샤가스병 유병률은 감소하는 반면 비풍토병 지역의 발생 사례는 급격히 증가해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WHO와 범아메리카 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 PAHO)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감염병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6월 미국에서 <키싱버그 : 가족, 벌레, 치명적인 샤가스병의 국가적 방치에 대한 진실>을 출간한 데이지 에르난데스는 샤가스병이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염학계가 인종차별적이며 세계 주요 보건당국과 관련 기관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외된 이민자들과 저개발 국가들이 처한 의료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계당국이 좀 더 높은 수준에서 감염병 관련 의료 인프라 구축과 관련 연구개발 지원이 이뤄져야 함을 시사했다.
전염 경로는 일상생활 속 벌레물림이나 배설물을 통한 감염말고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에 가장 주목해 봐야할 곳은 병원이다. 감염은 의료환경에서도 나타나는데 미보건당국과 관련 연구기관은 수혈 감염을 우려했다. 미국혈액은행협회에 따르면 2007~2013년 샤가스병 선별검사가 수행된 혈액 약 24만 건 중 1900건에서 감염원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은 샤가스병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거주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헌혈과 장기이식 시 샤가스병 감염 검사를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만성 감염자 94-96%가 자신의 감염 상태를 모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안전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국내 인식과 대비는 어느 수준?
국내는 상대적으로 중남미 이민자의 영향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중남미 지역과의 인적 교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여행자, 장기 해외봉사자(코이카, NGO 등) 등을 통한 샤가스병 유입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샤가스병의 국내 발생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 없다.
그러나 샤가스병에 감염되면 대부분 일반 병증과 구별되지 않는 경미한 증상이나 무증상이 오래 이어진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20년 이상 잠복기를 거친다. 그 때문에 무증상 감염자들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을 고려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