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경주 대릉원.
경북매일 자료사진
"벚꽃이 흐드러졌을 때 여기 못 와 보셨죠? 그때 오셔야 했는데…. 올해는 나라 전체가 바이러스로 난리가 나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내년에 꼭 한 번 다시 오세요. 아마, 풍경에 깜짝 놀라실 겁니다."
경북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릉원 돌담길로 가는 5분 남짓의 짧은 시간.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 아저씨의 자랑이 이어졌다. 이런 게 태어나서 자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일까? 웃음 섞인 그의 이야기가 듣기 좋았다.
난분분 춤추는 벚꽃 잎으로 환히 불 밝히는 봄날의 대릉원 돌담길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다른 계절의 아름다움이 그것만 못할까? 그렇지 않았다.
대릉원 후문에서 시작돼 500m쯤을 이어지는 돌담길. 가을의 대릉원도 봄의 대릉원 못지않았다.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선 오히려 호젓함이 더 좋아 보일 수도 있을 듯했다.
'경주를 경주답게 해주는 최고의 유적'이라 할 고분(古墳) 스물세 개가 높낮이를 달리 하며 진기한 풍광을 만드는 대릉원. 그 정취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대릉원 돌담길.
천마총과 황남대총, 미추왕릉은 물론, 철마다 피어나는 갖가지 꽃들과 떨어지는 낙엽이 어우러져 최고의 포토존을 만들어내는 이곳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서라벌 최고 관광지' 중 하나다.
벚꽃, 목련, 백일홍이 그 자태를 뽐낸 후에는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여행자를 유혹하고, 날씨가 추워져 눈이 내릴 때면 설경(雪景) 또한 그저 그만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매력이 각기 다른 '사계절 관광지'라는 말.
일상을 벗어난 여유로운 오후. 느리게, 아주 느리게 대릉원 돌담길을 걸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가끔씩 담 너머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고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담벼락에 새겨진 여러 편의 시(詩)를 읽으며.
낭만 넘치는 돌담길을 지나 대릉원 입구로
대릉원 후문에서 시작되는 돌담길을 따라 느긋하게 10여 분을 걸으면 주차장에 인접한 정문이 나타난다. 입장권을 판매하는 매표소도 있다. 이쯤에서 대릉원이 어떤 곳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궁금증 해소를 위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신라고분발굴조사단 심현철의 논문 <경주분지의 고지형과 대릉원 일원 신라 고분의 입지> 도입부를 인용한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지역에는 수백 년 동안 무수히 많은 고분들이 축조되었다. 이 중 신라의 최고 지배계층인 왕과 왕족, 귀족들의 무덤은 대단위 토목공사를 통해 완성된 거대한 토목구조물로서 현재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대릉원 일원의 고분군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이 일대에 조영된 고분의 주 묘제가 적석목곽묘(신라 특유의 양식으로 지하에 구덩이를 파거나 지상에 목곽을 짜 놓고, 사람 머리 크기의 자갈을 덮은 후 그 위에 흙을 입혀 다진 무덤)라는 것과 일부 석실묘, 그리고 그 하부와 주변에 목곽묘, 석곽묘 등이 축조되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