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과 말다툼을 하던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지난 9월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는 가해자의 범행이 "단순히 둘이 다투고 헤어지는 문제로 인한 우발적 폭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증거로 딸이 컴퓨터와 아이패드 등에 보관하고 있던 메신저 내용과 이메일 등을 제시했다. "딸이 사망한 후 3개월 동안 (피해자의 폭행 피해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을 매일 보고 있다"고도 했다.
전씨는 특히 가해자가 자신의 지인과 대화하며 딸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비속어로 지칭한 사실을 들어 "피고인은 딸을 성적 욕구 해소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면서 "딸을 폭행하면서도, 의식이 있을 때도 (범죄를 숨기기 위한) 알리바이 만들기에만 급급했고, 딸을 살리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이날 공판에서 범행 당일 CCTV를 제시했다. 피고인도 함께 영상을 봤다. 검찰은 "(폭행 당시) 유리문이 흔들리는 것으로 봐서 상당한 폭력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목이 상당히 꺾여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끌고 300~400m끌고 나가는 장면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피고인이 폭행 직후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 가지고 나온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장면에서 "현재 피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불가능한데, 피고인이 비밀번호를 바꾼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게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피고인은 영상을 보다 이따금 괴로운듯 눈물을 흘리면서도, 죄를 감추기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의심엔 "바꾸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피고인이 처음 입을 연 대목이었다.
재판부가 피해자 모친의 증인신문 직후 피고인에게 피해자 어머니에게 할 말이 없는지 물었을 땐 대답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보며 눈물을 흘리자 방청석에선 "가증스럽다"는 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재차 '피고인 사과' 주문한 재판부, 침묵한 가해자
이에 재판부가 "그럼 어떤 방식으로 사과할 거냐"고 묻자,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이 연락을 받지 않아 사과를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었음에도, 끝까지 사과는 없었다. 피고인 측은 그의 부모와 지인들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피해자 측은 '합의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전씨는 "저희는 슬퍼할 시간이 없다. 제겐 하나 뿐인 딸이면서, 친구이며 저의 전부다"라면서 "재판장께서 사건 현장을 가셔서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피고인이 왜 딸을 영상 사각지대로 몰았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딸을 언급할 때마다 방청석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한편, 오는 12월 13일로 예정된 다음 기일에선 검찰이 피고인 심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피해자 측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 여부를 밝히기 위한 추가 심리를 요청할 예정이다. 범죄심리학자, 응급 구조 전문가 등으로부터 당시 범죄 상황에 대한 소견을 듣고, 현장검증도 진행해달라는 요청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봉욱 변호사는 이날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가 의식을 상실한 상태에서도 (피고인은) 자신을 위해 1층에서 8층, 8층에서 로비층으로 (피해자를) 옮겨다니며 충격을 가했다. 살릴 골든타임을 자기를 위해 소모한 것이다"라면서 "미국과 영국 등 외국 사례를 보면 이는 살인이다. 보통의 국민들은 이를 살인이라 생각하지, 상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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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어간 오피스텔 구역 읊은 '증인' 엄마... 탄원서 제출한 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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