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 투쟁 553일낙엽이 뒹구는 서울고용노동청 앞 천막농성장 모습. 해고 노동자들의 쓸쓸한 심정을 닮은 듯하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코로나19를 핑계로 한 정리해고에 맞서 18일 기준으로 553일째 투쟁 중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며칠 전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 선전전 현장에서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케이오 사측도 12월 1일부터 무급휴직자 세 명을 서둘러 복직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희망퇴직자도 한 명 불러들일 계획이래요. 하라는 해고자 복직은 안 하면서 막상 현장에 사람이 모자라니까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 2차 하청사이다. 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기내 청소와 수하물 운반 업무를 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 자회사)로부터 재하도급받아 처리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항공편수가 급감하자 회사는 무기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그나마 일자리 안정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가 시행 중이었지만, 회사는 이런 최소한의 버팀목조차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이윽고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8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해 5월 11일 벌어졌던 일이다. 550여 일을 싸워오는 동안 두 명의 해고 노동자가 올해 4월과 5월 거리에서 정년을 맞았다.
노동위원회도, 법원도 인정한 '부당해고'
공항·항공산업이 활짝 기지개를 켜는 이 순간에도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도무지 들리지 않는다. 정부도, 기업들도 하나같이 일상회복을 부르짖고 있는데,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나락으로 떨어진 노동자들의 지위 회복에는 정작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법률적 판단이 해고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나온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노동위원회는 초심(지방노동위원회)-재심(중앙노동위원회)에 걸쳐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이에 불복한 회사의 행정소송 제기에도 법원은 노동위원회 판정 취지와 동일한 판결을 올해 8월 20일 내렸다.
정부여당은 말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후보 시절 이런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부당해고 된 근로자가 원할 경우 최초 복직판정만으로 복직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선거 공약집 중)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 후보는 해당 공약을 통해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서 최초 복직 판정을 받았을 경우 사용자의 항소 여부와 무관하게 즉각 복직을 이행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이 지켜졌더라면 아시아나케이오나 이스타항공처럼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이후에도 장기투쟁을 지속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회사는 연이은 부당해고 결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법이 아무리 부당해고를 인정한다 한들, 최종심까지 법정에서 다투어 보겠다는 사측을 노동자들이 당해 낼 재간은 없다. 돈과 시간을 넉넉히 가진 회사는 해고 노동자들이 제 풀에 꺾이기만을 내심 바라고 있을 터였다.
그러니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진정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일까? 위드 코로나를 말하지만 이미 코로나19 한복판에서 일과 삶이 무너진 이들을 외면한 채 일상 회복은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일까?
아시아나케이오는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대가로 벌써 세 차례에 걸쳐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적법한 정리해고 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까지 청구했다.
당시 회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은 굵직한 노동 사건들마다 재벌 대기업의 입장 변호에 충실했던 대형로펌 '김앤장'이었다. 이처럼 '부당해고'를 '정당하고 적법한 해고'로 고쳐 쓰기 위해 회사가 지금까지 쓴 돈만 해도 줄잡아 수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분명히 자금 여력이 없어 해고자 복직이 어렵다며 잔뜩 울상이었는데, 이행강제금 납부와 소송 비용으로 펑펑 쓴 돈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위드 코로나로 날개 폈지만 복직 이행은 한사코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