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화성시장은 1일 어르신 무상교통 확대 시행을 알리기 위해 향남 환승버스터미널에서 기념식을 열고 대한노인회 화성시지회에 교통카드를 전달했다.
화성시
"버스비 돌려받으니까 기분 좋지.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 있고..."
지난 10일 오전 11시경, 경기 화성시 병점역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던 김형숙(80)씨는 교통카드를 꺼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최근 친구를 만나거나 장을 보기 위해 일주일에 3~4차례 버스를 이용한다. 고령인 김씨가 원래 외출이 잦았던 것은 아니다. 건강도 안 좋지만, 교통비도 아까워서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을 꺼렸던 김씨는 지난 9월부터 화성시의 무상교통비를 지원받고 부쩍 외출이 늘었다. 보고 싶어도 참고 지냈던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친정이 있는 서울 영등포에도 자주 간다고 했다.
"집에서 지하철역 올 때 타는 버스도 무료고, 지하철은 원래 무료였으니, 친정에 자주 가게 돼. 이거 몰랐던 노인네들도 내가 다 가르쳐줘서 많이 사용하고 있어."
잠시 후 버스정류장에 친구 박종분(80)씨가 도착했다. "원래 (버스비로) 썼던 돈인데, 나중에 다시 통장에 (매월) 2만 원, 3만 원 (무상교통 환급비가) 찍히는 것 보니까 재미있더라. 꽁돈(공돈)이 생긴 것 같아"라는 박씨의 말에 김씨가 "맞아, 화성시에 사니까 행복해"라며 맞장구를 친다. '무상교통비 지원금으로 손주들 과자라도 사주느냐'고 물었더니 김씨는 "아니야! 그 돈으로 다시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더 많이 돌아다녀야지"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잠깐 서로 안부를 확인한 두 사람은 사이좋게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화성시 무상교통 도입 1년 ②] 서철모 시장의 '약자 위한 물음표' "수영장? 교통비?"
문화, 체육, 교육 등 향유 기회 확대... 아동·청소년 86.7% '만족한다'
화성시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무상교통 정책이 1주년을 맞았다. 만 7세부터 18세까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작한 무상교통 정책은 지난 7월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에 이어 10월부터는 만 23세 이하 청년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화성시 전체 인구 87만 명 중 29%에 해당한다. 1가구당 1명은 혜택을 보는 셈이다.
화성시 무상교통 정책은 관내에서 시내 및 마을버스 이용 시 사용한 교통카드 요금을 매달 본인 계좌로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지난 1년간 누적 인원 14만 8752명에게 18억 8800만 원의 교통비가 지급됐으며, 월평균 지급액은 청소년 1만 1000원, 어르신은 1만 6000원으로 집계됐다.
화성시는 경제적, 지역적, 신체적, 사회적 여건과 무관하게 모든 시민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고 교통 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 최초로 무상교통 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화성시는 서울시의 1.4배에 달하는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동서로 넓게 펼쳐져 있다 보니, 버스 분담률이 수원(35%), 부천(34%), 안산(27%) 등 인근 유사 규모 도시에 비해 매우 낮은 15% 수준이어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절실했다.
무상교통 시행 초기에는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도입 1년 후 지역 내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이 보장되고, 문화·체육·교육 등의 향유 기회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화성시 무상교통을 벤치마킹하려는 수도권 지자체들의 관심이 이어졌고,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화성시가 아주대학교에 의뢰한 '화성시 무상교통사업 성과평가 용역'(이하 '무상교통 평가')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무상교통비를 지원받은 시민의 55%는 65세 이상 노령층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예전에 이용하기 어려웠던 문화와 교육·체육·취미활동 등을 언제든지 손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특히 무상교통을 이용한 아동·청소년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무상교통을 이용 중인 아동·청소년 가운데 86.7%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54.3%는 '이전에 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무상교통이 청소년기부터 대중교통 이용 습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