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고 문중원 기수와 관련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관계자 등의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직후 유족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김보성
재판부는 "제시된 증거를 살펴보면 A씨가 조교사 개업 자료를 검토한 2018년에는 신규 조교사 선발이 예정돼 있지 않아 업무를 방해하거나 공모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라고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재판부는 A씨 등에게 "기소된 사람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부산지법 홈페이지 등에 무죄 확정 사실을 공지할 수 있다. 이에 동의하느냐"라고 물었고, A씨 등은 "네, 희망한다"라고 답했다.
고인의 2주기를 앞두고 열린 재판에서 무죄가 내려지자 유가족과 노동조합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죄를 예상한 이들은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문 기수의 부친인 문군옥씨는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라며 격앙돼 있었다.
그는 "세상이 뒤집히지 않은 이상 어찌 이럴 수 있느냐. 절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옆에서는 고인의 부인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계속 눈시울을 붉혔다. 오씨는 고인에 대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쏟아지는 눈물을 훔쳤다.
동료 노동자들은 "어이없는 판결이 나왔다"라고 반응했다. 리화수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은 "아까운 마사회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는데도 재판부가 고의성, 위법성, 위계 등 아무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한민국 법원에는 사법정의가 없느냐"라며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위로해야 하는 게 사법부의 역할이 아니냐"라고 물었다.
검찰에 즉시 항소도 촉구했다. 리 본부장은 "바로 항소해서 이번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마사회를 새롭게 변화시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들은 "고인의 2주기 전 죽음의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중단없는 투쟁을 통해 열사의 뜻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 문중원 기수는 지난 2019년 11월 한국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고인의 유족과 노조는 ▲진상규명 ▲한국마사회의 공식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장기간 거리 농성을 펼쳤다. 결국, 100여일 만에 장례가 치러졌고, 한국마사회는 문 기수 죽음으로 드러난 내부 문제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A씨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검찰도 이들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